아름다운 깍쟁이 그림으로 재테크하는 주부 이영희씨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미술품 투자 열기가 불기 시작했고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매가 83만원의 미술품이 1년 만에 공식 거래가가 300만 원 이상으로 뛰어올랐다면! 화제의 이 미술품은 북한 김상직 화백의 작품 ‘백산의 수리개’다. 정부의 잇단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불투명해지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던 이들이 예술품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예술품 구매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란 공식도 서서히 깨지고 있다. 주부 이영희(50ㆍ경기 김포시)씨는 동양화와 도자기 애호가였다. 우연한 계기로 접한 북한그림에서 순수함을 느낀 것이 계기가 돼, 얼마 전부터 북한그림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경매를 통해 8만원에 구입한 작품이 현재 100만원, 53만원으로 구입한 도자기가 300만원으로 올랐다. 최근 예술품 투자에 관심이 쏠리자 이처럼 큰돈 들이지 않고 구입한 수집품 중 상당수가 가격이 5~10배 가량 상승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경매에 올리지 않아 가장 최근에 거래된 동일 작가의 유사 작품들을 근거로 추정한 가격이다. ▲ 최예태 ‘신록의 인상 ’예술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최근 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양도소득세가 없고 증여세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유명화백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투자 대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그 원인으로 ‘환금성’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중적인 작품은 쉽게 팔아 돈으로 바꿀 수 있죠. 따라서 자신만 좋다고 느끼는 그림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좋다고 공감하는 대중적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따라서 거래량이 수반되면서 거래 가격대가 서서히 오르는 화백의 작품을 고르는 것이 환금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좋은 주식을 고르는 요령과 유사하다. 경매 업체의 경매관련 기록을 살펴보면 거래량과 낙찰 가격대를 쉽게 알 수 있다. 전시회가 열리는 화랑에서 맘에 드는 그림을 골라 가격을 흥정해 구매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초보자일수록 자신이 고른 그림이 좋은 것인지, 가격대는 적절한지 알 수 없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판매처를 선택하는 것이 예술품 구입에 유리하다. 이 경우, 위작시비도 피할 수 있다. 화랑 이외에 예술품 경매 전문 사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경매란 구매자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라 수요ㆍ공급의 원리에 충실하게 가격이 결정된다. 비교적 시장 경제 논리에 맞도록 가격이 매겨지는 셈. 역량이 뛰어난 화가의 작품은 낙찰 가격이 높고 경매 참여자가 많기 마련이다. 예술품 경매 전문 미술품 사이트로는 서울옥션(www.seoulauction.com), K옥션(konline.k-auction.com) 그리고 포털아트(www.porart.com)등이 있다. 인터넷 경매로 예술품을 구입할 때는 모니터 통해 작품의 미묘한 색상과 질감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을 감안해야 한다.
저평가된 예술품 고를 줄 아는 안목과 열정 필요
▲ 신동권 ‘일출 - 신,망,애 73*61’성공 투자의 변하지 않는 공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예술품 투자를 통한 재테크도 예외는 아니다. 수천만 원에서 몇 십억을 호가하는 예술작품을 구매하는 일은 여전히 부자들의 호사다. 하지만 현재 수십 만원 안팎의 가격이지만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 예술품은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이다. 이영희씨는 바로 이런 예술품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좋은 작품을 골라야겠죠, 그런데 그림 같은 예술품은 물감이나 종이가 얼마나 들었는지 등의 원가 개념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요. 꾸준히 예술품을 보면서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예술품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이씨가 추천한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발품 들여 많은 작품들을 접하면서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쌓는 것’. 물론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예술품에 대한 열정도 어느 정도 필요하단다. “지난 4년 동안 무수히 많은 전시회에 찾아가 직접 보고 책도 읽으면서 공부했죠. 자신감 가지고 직접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였어요.” 국제전과 국전 등에서 수상하는 등 객관적으로 실력이 입증된 젊은 화가의 작품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그림을 고르는 것도 좋다. 이들 작가가 성장함에 따라 작품의 가치 역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씨는 또한 시중에 나온 다양한 미술서적을 통해서도 예술품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림쇼핑’(공간사),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생각의 나무), ‘경매장 가는 길’(아트북스), ‘그림을 보는 52가지 방법’(예경) 등의 책들을 보세요. 책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좋은 예술품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림은 보면서 즐기는 시간 투자
▲ 신동권 ‘일출- 신,망,애 34*72’“당분간 되팔 생각은 없어요. 그림 감상하는 것이 좋아 수집하는 것이니 적어도 10년 정도는 계속 소장하며 감상할 계획입니다. 물론 10년 후에 가격이 상승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씨는 그림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품성, 희소성, 작가의 지명도 그리고 ‘시간’이라 말한다. 예술품 재테크는 욕심 없이 장기간 묻어둘 수 있는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의 이씨의 주장이다.
한국에서 상당한 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고(故) 박수근 화백의 ‘시장의 여인’은 한 미군이 다른 그림과 함께 단돈 320달러에 사들였다고 한다. 이 미군은 40년 동안 이 그림을 소장한 뒤 150만 달러에 팔았다. 현재 경매시장에서 ‘시장의 여인’은 25억~30억원의 추정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급상승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모든 예술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80년대 말 일본인들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반 고흐의 그림을 마구 사들였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미술품 가격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고 다시 파는 전례를 남겼다. 이씨는 “예술품 투자를 즐기는 마음 없이 짧은 시간 내에 돈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지 말라”고 말한다. 그림 투자를 일확천금의 재테크로 오인해선 안 된다.
어디서 어떻게 예술품 살까?
▲ 우치선 ‘학 ’
예술품 펀드도 나와
펀드 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예술품 재테크를 실천할 수도 있다. 최근 미술품에 대한 간접투자 상품인 ‘아트펀드’가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굿모닝신한증권과 표화랑이 75억원 규모의 ‘서울아트펀드’를 내놨다. 올해는 한국미술투자와 골든브릿지가 100억원 규모로 두 번째 아트펀드를 선보였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공모펀드가 아니라 특정인을 대상으로 비공개 형식을 취하는 사모펀드이므로 관심이 있다면 직접 펀드운용사나 판매사를 통해 알아봐야 한다. 보통 이런 펀드가 판매되기 전에 기사 등을 통해 ‘이색상품’으로 소개되니 신문이나 인터넷을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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