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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재테크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돈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돈이 다시 증시를 부양하는 선순환 구조가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긍정적 전망을 부인하기도 힘들다.
필자에게 요즘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는데 더 오를 수 있을까요." "지금 주식투자에 들어가도 늦지 않을까요." "어떤 펀드에 가입해야 합니까."유동성이 풍부하고, 기업이익도 상승하고, 한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식시장 대세 상승을 점치는 근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과연 한국의 주식투자 문화가 이 같은 희망적 관측이 뿌리내리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낙관론의 물결 속에서 난데없는 헛소리라고 놀라는 개인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스크 감수의 대가라는 투자의 본질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으니 이해해 주면 좋겠다.
필자가 염려하는 것은 장기투자 문화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유동성의 취약함 때문이다.
최근 시장을 끌어올린 것은 유동성이다. 부동산, 채권이 재미 없으니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게다. 2~3년만 지나면 중국의 값싼 상품에 밀릴 수밖에 없는 업종 주가까지 폭등했다.
문제는 유동성의 질(Quality)인데 과히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지적들이 들린다. 무엇보다 2004년 시장을 이끌었던 적립식 펀드의 열풍은 2007년에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자산운용사들은 적립식보다 거치식 펀드에 뭉칫돈을 넣는 고객이 많다는 점을 알려오고 있다. 거치식 펀드는 언제든 주식시장을 떠날 수 있는 '재빠른' 자금이다.
신용잔고는 5조원을 넘어섰다. 남의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자금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한 주식 종목은 개인들의 신용융자 자금이 20%가량 들어왔다가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빌린 돈으로 투자하게 되면 주가가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올려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급격한 주식값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변덕스런 유동성인 셈이다.
개인이 최근 주식을 많이 산 것을 놓고 '부동산에 묵혀 놓을 장기자금이 들어왔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집 살 돈'이란 딱지를 붙여 주식시장에 넣어놨다고 해도 다음날 마음이 변하면 클릭 한 번에 자금을 뺄 수 있는 세상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늘어나면서 주식시장에 들어올 타이밍을 노리는 대기자금이 늘어났다는 얘기도 한다. 이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존에도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주식 예비군'은 50조원가량 대기하고 있었다. 이름만 MMF에서 CMA로 바뀐 것뿐이다.
연기금은 어떤가. 지난 2주간 연기금은 거래소시장에서 2300억여 원을 내다팔았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주식시장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했지 "당장 주식시장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용안정기금은 최근 장이 오르자 1000억원 규모 자금을 회수했다.
종합해 보면 지수 1700 시대를 끌어올린 유동성은 아직도 투기적 단타 거래의 위협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적립식 펀드 문화가 거치식 펀드에 밀리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신용투자의 증가에 비례해 잠재적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개인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분명해진다. 지수 1700 돌파, 연말 2000 시대 진입 등 미사여구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적립식으로 나눠서 펀드에 가입하고 분산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안정적 투자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좋아도 대박의 환상을 좇지 말고 적립식 펀드를 택해 분산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추앙받는 헝가리 태생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부화뇌동하지 마라''인내심을 가져라''자기 돈만 갖고 투자하라'는 세 가지 투자 원칙을 제시했다.
주식시장은 아무리 평온해 보여도 수면 밑에서는 거칠고 위험한 해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기대와 흥분을 가라 앉히고 냉정하게 장기 분산투자하는 원칙을 지키기만 한다면 주식시장은 개미투자자의 무덤이 아니라 황금어장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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