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최근에 몇몇 공영방송에서 다이어트 약 처방에 대한 문제점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다이어트 한약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이 중에는 시청자들이 오해할만큼 잘못 다뤄진 내용이 있었고, 전문성이 결여된 내용도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지적된 몇몇 문제들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알고 판단하실 수 있도록 도움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우선 첫째로, 진찰이 없이 투약되는 다이어트 한약에 대한 것입니다.
방송에서 다뤄진 내용 중에는 직접 진료를 하지도 않고 전화 혹은 온라인상에서 주문을 받은 뒤 다이어트 한약이 투약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한의계 안에 몸담고 있는 저희 자신도 부끄러워하는 내용입니다.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차별성을 갖는 점 중의 하나는, 환자가 호소하는 주된 증상 뿐 아니라, 기타 간과하기 쉬운 다양한 증상과 징후를 종합하여 환자의 체질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 사람의 몸에 맞는 맞춤처방을 하는 것입니다. 한의학은 그저 검사 수치만으로 환자를 판단하는 의학이 아닙니다. 같은 병명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처방이 내려지는 의학, 그것이 바로 한의학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그러하기에 "비만에는 OO탕" 이라는 식의 방식은 한의학 안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이미 한의학이 아닙니다. 한의학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결코 처방이 나올 수 없는 의학입니다. 또 의료법상 의료인의 진찰이 없이는 처방이 투약되지 못합니다.
또한 소위 "OO탕"으로 알려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은 사실은 한약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은 것이며, 그 제품의 진짜 제품명도 알려진 바와는 다릅니다.

한약은 음식이 아니라 약재로 이루어진 복합처방입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은 누구나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만 어떤 음식 재료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과식하면 탈이 나는 것도 있지요. 하물며 한약재는 어떻겠습니까. 한약은 반드시 전문 한의사의 진찰과정을 통하여, 자기 몸의 체질적 특성과 현재의 몸 상태에 적합한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그럴 때에 한약의 장점과 안전성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보도를 통해서 진찰도 없이 한약을 판매하는 한의원 또는 다이어트식품 업자들이 자정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만 치료 처방에 종종 등장하는 ‘마황’이라는 약재에 관한 것입니다.
방송에서는 마황이 마치 독약이나 되는 것처럼 방송하였습니다만, 이는 사실을 상당히 왜곡한 내용이었습니다.
보도 내용 중, 미국 FDA에서는 마황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의 전후맥락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시청자들은 이 보도를 접한 후 '그렇게 위험한 약을 우리나라에서는 왜 쓰도록 놔두는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미국 FDA에서 마황 사용을 금지했다는 것은 마황을 건강식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미국에서는 약이 아닌 건강식품에도 마황성분을 넣을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그러한 제품들을 임의로 구입하여 복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마황 함유 건강식품의 부작용에 대한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정 약리효과가 있고, 오남용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마황 성분을, 미국에서는 어찌 그동안 식품 원료 취급하여 일반인들이 임의로 구입하는 건강식품 속까지 들어가도록 놔뒀단 말입니까? 마황은 건강식품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식품재료가 아니라, 반드시 전문한의사의 직접적인 진찰과 처방을 통해 투약되어야 하는 약재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KFDA) 규정에는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한약재와 약재로만 사용할 수 있는 한약재가 식품공전 상에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마황을 식품원료로 쓸 수 없도록 규정하여 왔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법이 미국의 법보다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마치 미국에서는 금지되고 있는 마황이 우리나라에서는 마구 쓰이고 있는 것처럼 왜곡보도하였습니다.

보도 내용 중에는 마황이 무슨 마약 같은 의존성 약물인 것처럼 다루었는데요, 이는 기초적인 약물학 지식이 결여된 보도입니다. 마황은 약물학적으로 "drug dependence(약물의존성)"가 없는 약재입니다. 마황을 끊는다고 금단증상이 절대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복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감기약에도 에페드린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의존성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약재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팔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환자의 증상개선을 위해 한의사의 진단에 따라 정확한 용량이 투여되었다면 문제가 없는 약재입니다.

마황은 당뇨병에 상극이라는 내용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마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 보도된 것입니다. 미국국립의학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의학저널 검색엔진에서 에페드린을 검색하면 약 4,855편의 논문이 검색되는데, 이중 당뇨병과 관련된 임상연구 논문은 44편입니다. 이중에 에페드린이 당뇨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다는 논문은 1편도 없습니다. 당뇨로 인한 부종에 에페드린을 이용해 치료하는 논문 4편을 비롯한 치료에 대한 논문만 있습니다. 오히려 ‘에페드린:당뇨성 신경병증 부종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목으로한 논문도 있습니다. 에페드린이 당뇨병에 상극이라는 표현은 약리와 효능을 모르는 비전문인의 의견으로 완전히 전문성이 결여된 방송보도입니다.

마황은 한의학적으로 볼 때에는 몸 안에 풍한(風寒)이 침범했거나, 체표의 기운이 실(實)하고 막혀 있을 때에 사용하는 약재로, 몸의 한기(寒氣)를 물리쳐주고, 땀을 내주고, 가라앉는 기운을 밖으로 발산시켜주는 약재입니다. 그래서 감기, 천식, 기침, 부종, 비만 등의 증상에 응용됩니다. 약리학적으로 볼 때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은 진해거담, 교감신경흥분, 발한 등의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감기약(양약) 중에는 에페드린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많습니다.
마황은 오남용하면 교감신경흥분으로 인하여 불면, 심계항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반드시 진찰을 통해 적정한 용량이 결정되어야 하고 투약 과정 중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한 의학적인 감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마황은 과량 사용 혹은 부적절한 약재와 배합되었을 때는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의사들도 고혈압 환자에게 마황을 쓸 때는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미국에서 마황이 건강식품 재료로 들어갈 때는 주로 카페인과 혼합된 형태로 사용되었었습니다. 이는 분명 부작용을 일으킬만도 합니다.
그러나 한의사는 마황이라는 단일 약재만으로 처방을 구성하지 않습니다.마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른 약재들과 배합하여 복합처방으로 사용합니다.그것이 한의학 수천년 역사의 노하우입니다. 어찌 마황+카페인으로 사용하는 서양방식과 같겠습니까.

같은 들판에서 자라는 풀이라 하여도 어떤 풀은 누구나 먹어도 괜찮기에 뜯어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고, 어떤 풀은 맛이 쓰고, 몸에 이상한 반응도 일으키기에 밥상 위로 오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는 특별한 약효과를 내는 것도 있어 밥상이 아니라 약장으로 들어가는 풀도 있었습니다. 약초는 약초이지 음식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전문적인 판단 없이 오남용될 때에는 어떤 약재이든 부작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약재는 6년간의 한의학 과정을 이수하고 한의사면허시험을 통해 면허증을 취득한 한의사들이 다루는 것입니다.

셋째, 다이어트 한약 복용 후 부작용을 경험한 몇몇 사례들이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환자의 호소만을 수집하고 전후맥락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허술한 보도였습니다.
일례로 다이어트 한약 후 탈모가 생겼다는 사례는 과연 그것이 한약 때문일까요, 아니면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일까요? 식사량을 과도하게 줄이는 부적절한 다이어트는 탈모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즉 한약을 먹었건 안먹었건 생겨날 수 있는 잘못된 다이어트 부작용일 수도 있으며, 그것이 반드시 한약 때문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한약 복용 후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약독성간염이 생겼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억지춘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한약을 복용하고 길을 걷다가 발을 삐었으면 과연 한약 부작용으로 발을 헛디디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공영방송의 보도에서, 객관적인 검증도 없이 시청자의 제보만을 바탕으로 한약 부작용 사례를 보도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보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만 치료, 분명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치료입니다.
그러므로 한방 비만클리닉을 선택하실 때, 전문성이 있는 곳, 그리고 반드시 전문한의사가 직접 진찰을 하고 투약하는 곳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한방다이어트의 안전성과 위험성
반응형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면과 다이어트  (0) 2007.05.30
소아비만과 성장 이야기  (0) 2007.05.30
다이어트(slim-down 4 projects)  (0) 2007.05.30
나도 비만?  (0) 2007.05.30
혈관도 다이어트를 원한다  (0) 2007.05.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