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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을지로 동양종합금융증권 본사 영업점. 대학 4학년인 이두용 씨가 창구에서 CMA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창구 직원으로부터 몇 분간 혜택과 이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달리 이씨는 능숙한 모습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순식간에 계좌 개설을 마쳤다. 이씨는 CMA 신규 고객이 아니다. 그는 이미 두 개의 CMA를 가지고 있다. 새로 개설한 CMA 계좌는 올봄 먼저 취업한 여자친구와 함께 겨울 프라하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 “막연히 모아두기보다는 몇 만원이라도 불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해가 바뀌면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케 하듯 올 들어서도 CMA 시장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 중이다.

전체 계좌 수는 지난 4월 말 기준 241만5000계좌까지 늘었다. 지난해 9월 대비 무려 132.4%의 증가세다. 잔액의 증가는 계좌 수의 증가를 앞선다. 지난해 9월 말 5조5274억원이던 전체 CMA 잔액은 194.3% 늘며 4월 말 현재 16조2600억원을 넘어섰다. 올 3/4분기면 2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금자 보호 혜택으로 전체 CMA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의 경우 여전히 하루 2000여명 이상의 신규 고객(주민등록상 기준)들이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에도 약 20여명의 고객이 CMA 개설을 위해 동양종금증권 객장을 찾았다. 60대 여성에서부터 20대 남성까지 고객층도 다양했다.

인근의 한 금융회사 신입사원 면접에 참가한 한 20대 남성은 “아직 취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재테크를 시작하려면 CMA계좌부터 터야 할 것 같아서”라며 계좌를 개설했다.

▶왜 계속 늘어나나=CMA 열풍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높은 금리와 편리성 때문이다. 별 다른 노력(?) 없이 며칠만 맡겨도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를 1~2% 웃도는 확정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CMA의 가장 큰 매력이다.

CMA를 취급하는 회사 수가 지난해 9월 12개에서 19개사로 늘고, 금융회사 간 부가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고객들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신용카드와 연계한 체크카드의 발매를 비롯해 공과금 이체, 급여이체 시 공모주 청약자격 우대, 신규 가입 시 보험 무료가입, 가입 후 일정기간 동안 은행 이체 수수료 면제 등 각종 부가서비스들이 제공되면서 가계 자금 운용의 중심무대가 CMA로 이동했다.

동양증권 김수연 PB는 “지난해에는 보험설계사, 재무설계사 등 다른 사람들의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들이 시험 삼아 해보거나, CMA의 장점을 빨리 파악한 금융업종 종사자들, 직원들 급여통장을 CMA로 개설하는 법인 고객 등이 많았다면, 올해는 혼자 찾아와 가입하는 개인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밝힌다. CMA를 3~4개씩 복수로 가입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CMA는 선입선출식으로 금리의 혜택이 누적되는 상품이다. 그만큼 중간에 수시로 출금하기보다는 오래 품고 있는 쪽이 혜택이 높다. 때문에 자녀 양육비나 부모님 효도관광 등을 자금 용도별로 CMA계좌를 나누는 고객들이 늘었다. 대학교 동아리나 친구들 간의 모임, 부서 회식비 등의 자금을 CMA로 관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잠재 고객확보ㆍ달라진 회사 이미지에 증권사도 적극적=CMA는 비단 고객들만의 혁명이 아니다. CMA 도입 후 증권사들도 많은 수혜를 누리고 있다. 사실 CMA 자체는 증권사들에 큰 수익을 남겨주는 상품이 아니다. 가입자들이 펀드를 비롯한 ‘돈되는’ 금융상품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아직은 20% 정도에 불과하고, CMA와 연계된 환매조건부채권(RP) 한도의 추가 관리, CMA 편입채에 대한 만기 규제 등 관리해야 할 리스크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식만 팔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고객 기반을 확보한 것과 고객들이 증권사를 ‘믿을 만한 금융기관’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창구 안쪽에 숨어서 가끔 찾아오는 30~40명의 고정 고객만 응대하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창구 앞에 나와 상품을 팔고 자기 고객을 확보하려는 등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밝힌다. 동양증권 본점의 경우 지난해 말 4개에 불과하던 고객 창구를 올 들어 10여개로 늘렸다.

▶CMA 향후 금융대전의 전초전=최근의 CMA 경쟁은 향후 펼쳐질 금융회사 간 대전을 위한 사전포석이다.

간단하게 보면 CMA는 은행에 몰렸던 고객을 증권사 쪽으로 끌고 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급결제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자본시장 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는 CMA 가입고객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합 금융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 자산규모에서는 아직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증권사지만 은행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증권사 간 상품개발 경쟁이나 고객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증권사 한 관계자는 “1년 내에 은행 쪽에서 1차적으로 넘어올 수 있는 고객들이 다 넘어올 것으로 본다”며 그때부터는 증권사 간 CMA 고객 유치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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