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재테크 광풍속에서
글쓴이 : 김재영 등록일 : 2003-12-29

2003년 한 해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 '다사다난'의 범주에 들어갈 만한 여러 단어가 나오겠지만 광풍처럼 몰아쳤던 '부자'와 '재테크', 혹은 '10억' 이라는 단어를 빼놓긴 힘들 듯 싶다.

수십만권이 팔리는 재테크 서적이 나오는 등 관련 책들이 넘실댔고, 유명 재테크 강사의 강연에는 참석자들이 줄을 섰다. 수십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온라인 카페가 나왔고, 유명 재테크 사이트에는 상담 신청이 속속 올라왔다. 방송에서는 재테크 관련 프로그램을 바삐 편성하는가하면, '재테크 열풍'을 사회적 트렌드로 조명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금융포탈 모네타의 심영철 재테크 팀장도 그런 북새통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직접 재테크 관련 서적을 냈고, 방송 출연이며 강의며 정신없이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특히 심 팀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상담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올해 재테크 상담을 1000건 정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하루 평균 4-5회는 한 셈이죠. 물론 이메일을 통한 사적인 상담까지 합치면 더 많습니다. 재테크에 사람들의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었던 셈인데, 이건 재테크 강의가 많이 들어온다는 사실에서도 확인이 가능할 듯 합니다. 특히 기업체에서 섭외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심 팀장은 "매달 15만원으로 생활하면서 직장 생활 3년만에 6000만원을 모은 20대 중반 여성이 재테크 상담 사례중 가장 기억에 남아" 자신의 책 제목을 '그냥 구질구질하게 살아라'로 정하기도 했다.

심 팀장은 "올해 10억 부자, 종잣돈 1억, 쌈짓돈 천만원 등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되는 책들이 인기를 끈데서 볼 수 있듯 일반인의 재테크도 그만큼 구체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투자 대상이나 접근법이 제한적인 것이 문제였다.

"상담을 하면서 아직도 사람들이 은행 문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고려해야하는 마당에 틈새 시장이나 틈새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적고 또 그런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것 같습니다."

심 팀장은 따라서 "평소에 재테크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서 나름대로의 전망과 분석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종잣돈'을 하루라도 빨리 모아야한다는 것이다.

심 팀장은 "얼마나 빨리 종잣돈을 만들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재테크의 성패를 결정짓는 잣대"라며 "공부를 통해 안목을 기른데다, 주머니에 종잣돈이 만들어지면 자신감이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에는 실제 행동에 나서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심 팀장은 매달 10만원씩 모아서 집을 산 주부를 예로 들었다. "10만원이라면 웬만해선 많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돈보다 무서운게 바로 시간입니다. 매달 10만원이라는 돈에 10년이라는 시간을 달아주자 그 돈은 1700만원 가량으로 늘어난거죠."

이 주부는 이 돈을 종잣돈 삼아 20평 아파트를 샀다. 부족한 돈은 전세금을 지렛대로 활용했다. 평소에 이런 식의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관심을 가졌다해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면 그 뒤 보너스처럼 따라온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었을거란 얘기다.

사례는 또 있다. 자신의 돈 한푼없이 20평 아파트를 산 회사원 얘기다. 이 사람은 지난해 지방 도시의 역세권에 전세를 끼고 융자를 승계해 아파트를 샀다. 재개발 지역에 투자한 또다른 회사원 역시 자금이 부족했지만 친구와 공동 투자를 하는 적극성으로 성공했다.

심 팀장은 "이같은 성공 사례를 과거지사로 보거나 부동산 투기로 봐야하는지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돈을 벌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실천에 옮길 적극성이나 공부가 돼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와 환금성 우선"이 자신의 재테크 원칙이라는 심 팀장이 상담을 통해 가장 많이 강조했던 재테크 비법은 이렇다.

"답답한 얘기같지만, 보통 사람들이 추구해야할 재테크의 왕도는 절약과 저축입니다. 이는 종잣돈을 마련한 후에도 꾸준히 유지해야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남다른 각오로 끈기있게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가진 돈이 없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관련 서적이나 강의, 현장 답사 등을 통해 평소에 안목을 길러놓는 것 역시 게을리 해서는 안됩니다. 돈이 있어야 기회를 활용하기 쉬운 건 사실이지만, 돈이 있다고 반드시 기회가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430만원을 20억으로
글쓴이 : 김재영 등록일 : 2003-09-25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홍복 사장(37)은 자칭 라이프 디자이너(Life Designer)이다. 보험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연상되는 그러나 세상에 없는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낸 이 사장은 자신을 부동산 경매 전문가라기보다는 라이프 디자이너로 불러주기를 원한다. 앞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도 거기서 찾을 작정이다.

"부동산 경매에 관한 한 박사라고는 못해도 도사 쯤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은 10억이니 부자니 하면서 다들 들 떠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왜 벌려고하는지, 얼마나 벌려고하는 지 등에 대해서는 추상적입니다. 구체적이지 못하고 목표가 없으면 그저 허상을 쫓고말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은 인간이 행복해지는데 필요한 한가지 요소입니다. 재테크도 그런 각도에서 접근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행복해지는 재테크를 위해서는 먼저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합니다."





재테크 열풍에 대한 그의 충고가 이어진다. "내가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자신을 스스로 신뢰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돈에 쫓기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면 누가 그런 사람을 신뢰하겠습니까?"

이 사장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데다 인트라넷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는 등 IT쪽에도 식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경매 쪽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순전히 생존 차원이다. 지난 1997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IMF가 터졌다. 그 여파로 건물주가 부도나는 바람에 세들어 있던 사무실의 임차 보증금 9000만원을 날리게 될 상황에 처했다. "배운 것이라곤 디자인과 컴퓨터가 전부라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며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 너무나 불안했다"고 회고했다.

경매나 부동산하고는 거리가 한참 멀었던 그가 관련 서적을 밤새워 탐독하고 법원이며 등기소, 은행, 변호사 사무실 등을 수시로 드나들게 된 것은 돈을 억울하게 그냥 날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것하나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사장은 직접 뛰고 부딪히면서 경매에 관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었다.

그러다 이 사장은 경매가 재테크의 수단이 될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게 됐다. 이 사장은 살던 집을 처가로 옮기고 손에 쥔 430만원으로 경매를 시작했다. 2000년부터 1년새 7건의 경매에 참여해 부동산 자산이 어느덧 20억원대를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 1999년 감정가 8000만원이던 빌라를 4300만원에 낙찰받았고, 2500만원에 낙찰받은 상가의 감정가는 1억1500만원에 달했다. 이 사장은 "대개 시가의 절반 가격에 부동산을 낙찰받아 상당한 수익을 얻었지만 초기 투자금은 한푼도 없었던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론 돈 버는게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내 집 마련 차원에서 낙찰 받은 빌라는 점유자를 설득하고 타협하는데 수십번의 방문과 전화 통화가 3개월간 계속된 뒤에야 일단락됐다. 서울 성산동 빌딩은 낙찰받은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5건의 송사를 치뤄야했다. 그린넷이라는 프로그램개발 및 컨설팅 회사를 설립, 회사를 운영하는 5년동안 6억원 가량의 적자를 봤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부동산 경매 컨설팅 프로그램인 '천지인'을 개발한 것도 큰 자산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경매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부동산 경매를 제대로 하면 돈이 보입니다. 1년에 한건만 제대로 성사시키면 1년간의 생활비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5년 정도 부동산을 추적하다보면 평생 생활비를 벌어주는 물건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이는 돈이 다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돈벼락 맞을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경매가 수익률 높은 재테크 중의 하나이지만 일확천금이 생기는 일은 아니므로 과욕은 절대 금물이란 것.

이 사장은 "경매가 돈 된다고 하니 이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어떤 물건이 좋다더라고 하면 이미 그 물건은 가치가 희석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너나 없이 경매를 돈벌이로만 생각하면서 달려드는데, 그리 녹녹치 않은 분야가 바로 경매입니다. 어느 누가 자신의 재산이 경매로 날아가게 생겼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하려고 하겠습니까. 내가 경매로 수익을 내려는 이면에는 그것을 지키려는 강력한 몸부림이 있게 마련입니다. 또한 그게 서민들의 눈물일 경우도 많습니다."

이 사장은 요즘 경매와 돈, 인생에 관한 얘기를 인터넷(www.hongbok.com)을 통해 회원들과 공유하는가 하면 직접 사람들을 만나 강의도 하고 있다. 자신의 경매 경험담을 상세하게 담은 책을 내는데도 짬을 내고 있다. 날마다 출근하는 사무실에는 직원이래야 이 사장을 빼면 한두 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경매 투자는?

"최근에는 새로운 경매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낙찰받은 물건을 관리해야하는데다, 지금은 투자하기에 썩 좋은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경매도 투자라 남들 관심이 덜하고 가격이 쌀 때 메리트가 있는 법입니다. 경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거나, 경매로 재산을 잃게 된 선의의 사람들은 무료라도 자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지난 4월에 낸 첫 책(머니톡 머니텍)을 전문 출판사에 맡기지 않았다. 원고, 디자인, 마케팅, 판매 등 전 과정을 이 사장이 해냈다. 이 때문에 책의 제작 비용과 유통 비용이 일반 도서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만큼 이 사장에게 떨어지는 수입이 다른 책에 비해 몇 배는 많다. 전문 출판사에 맡기지 않은 중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점인 KFC의 창립자인 커넬 샌더스는 자신이 직접 회사의 CF에 출연하곤했는데 출연료 때문에 자주 실갱이를 벌이곤 했다. 그러나 그는 인색했다기보다는 넉넉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악착같이 더 받아낸 출연료를 몽땅 기부하는데 썼으니깐. 이 사장도 그럴 계획이다.

"돈은 나눠야 벌린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수익에 연연할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 즉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더 공을 들여야합니다. 그러면 돈은 저절로 들어오지 않을까요?"


반응형
반응형
"아파트는 땅이다"
글쓴이 : 김재영 등록일 : 2003-08-27

최정환(43)씨.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 대한항공 몽골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등 13년간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로 변신했다. 현재 재테크 전문 사이트인 웰시아닷컴 등에 부동산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올초에는 '내 집 마련 기술'이라는 책을 펴내며 그동안 쌓은 내공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시쳇말로 투자의 달인 또는 재테크의 고수 쯤은 되지 못한다. 그의 말처럼 일부러 투기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신념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에게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투자 성적표가 없다. 특별히 실패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화려하게 선전할 만한 성공도 없다. 그런 그가 '내 집 마련을 위한 전도사'로 불리며 하루에도 수백통씩 아파트 투자에 대해서 질문하는 메일이 도착한다. 왜일까.

최씨는 IMF 외환위기 시기이던 지난 98년 목동에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 관심이 12년간의 아파트 시세를 분석하는 열정으로 이어져 아파트에도 추세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분석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가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름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아파트 시세를 연구하면서 어떤 원칙, 말하자면 아파트 시세의 비밀을 알게됐지요. 그때 썼던 글에 나온 지역의 가격 전망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는데 핵심은 역시 시세분석이지요. 최근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동구나 마포구 등의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강남이나 목동 아파트 만큼 오르지 않아서 향후 상승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앞으로 오른다는 것은 오산입니다. 대지 지분 등 본질적인 재산 가치의 변화가 없는데 상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이런 아파트들은 주변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지지 않는 한 상승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주춤하던 아파트 값이 최근들어 또다시 꿈틀거릴 조짐이라고 하니 내 집 마련 수요자나 투자자에게 조바심이 생길 법하다. 지금 아파트를 사야할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조정기가 매수타이밍입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1월에 급등한 후에 월드컵 기간 중 시들했습니다. 그리고 9.4대책이 나오고 작년 말부터 올 4월까지 매수 타이밍였지요. 지나고보니 말입니다. 떨어지기를 기다렸지만 계속 올랐습니다. 이때문에라도 내 집 장만 실수요자들은 오르내림에 상관없이 조정기를 이용해 구입해야합니다. 그러나 이제 시세를 오르내리는 것은 실수요자입니다. 무리한 융자를 안아야하는 상황이라면 기다려야 합니다."

내 집 마련이라면 사라? 그렇다면 어떤 아파트를 사야하나. "흔히들 내집 장만은 투자 차원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조금 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투자차원의 내집을 장만하는 것이 10년, 20년 후에 훌륭한 노후대책이 될 수도 있지요. 물론 현재의 주거환경을 철저히 무시하고 투자 차원만 보고 집장만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10평대의 5억짜리 아파트에 5인가족이 투자 차원에서 거주한다면 좋은 모양새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주거 조건이 동일하다면 투자 가치가 더 있는 아파트를 골라야겠지요."

그렇다면 아파트의 투자 가치는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궁금했다. "입지가 제일 중요하고 대지 지분이 중요합니다. 결국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률이 일반 아파트보다 높은 것은 좋은 입지에 위치한데다 대지 지분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지 지분이 낮은 새 아파트가 오르는 등 예외도 있지요. 전망권이나 학군 등의 영향이지요. 강북이나 수도권 아파트의 상승률이 강남보다 낮은 것은 분양할 때부터 건축비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 땅 값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건물은 똑같이 감가상각이 되므로 결국 땅만 남는 셈이지요."

투자를 위한 전문가보다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의 벗이 되고 싶다는 최씨는 '그래도 투자 유망 부동산이 무엇이냐'는 재촉에 "앞으로는 예전처럼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조성되는 만큼 임대수익이 좋은 역세권의 소형 아파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짧게 답했다.


반응형
반응형
"10억 만들수 있다"
글쓴이 : 김재영 등록일 : 2003-07-28

김대중 교보증권 상계지점장/ '나의 꿈 10억 만들기' 저자

지난주 목요일(24일) 오후 3시. 지하철 7호선 마들역 앞 교보증권 상계지점. 주식시장이 막 끝난 후였다. 정규시장의 긴장감이 사라진 탓인지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가 펼쳐졌다. 삼삼오오 휴게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모여들자 그날 장세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70대를 이미 넘겼을 법한 노(老) 투자자들도 빠지지 않았다. 객장에서 연세 지긋한 분들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시세를 조회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낯설다. 핸드폰만큼이나 ‘밥벌이의 지겨움’을 생각나게 하는 게 컴퓨터라는 선입관과, 노년의 이미지가 여유로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어울리지 않아서일까. 저 분들은 10억을 이미 모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뒤로하고 지점장실 문을 두드렸다.

김대중 교보증권 상계지점장(41). 최근 펴낸 ‘나의 꿈 10억 만들기’라는 책에 힘입어 일약 베스트셀러 저자로 자리매김했다. 증권사에서 영업만 14년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만난 여러 부자들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책의 토대가 됐다. ‘돈’, ‘부자’, ‘10억’ 등 물질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추세 이면에는 신용불량자 양산, 생활고 비관 자살, 강력범죄 증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꼬집어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가 10억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제시한 것에 불과합니다. 저도 요즘 사회 일각의 여러 일탈 행위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부모까지 살해하는 등 물질만능주의에서 오는 극단적인 행동은 잘못된 부자병 때문입니다. 부자병에서 벗어나려면 건전한 재테크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기술에 앞서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이를테면 투기와 투자에 대한 구별능력, ‘노블리스 오블리제’ 등을 교육해야 합니다.”

김 지점장은 부자병에 대한 처방책으로 교육을 제시하면서 목소리 톤을 올렸다. “우리 부모님 시대에는 대부분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박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평생 가난하게 사는 게 태반이었죠. 그건 무엇보다도 돈에 대한 공부가 안된 탓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돈맹’이었기 때문이죠. 돈의 노예가 되는 게 아니라 돈을 노예로 부리는 사람이 되는 돈 공부가 조금이라도 이뤄졌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내 책이 돈 공부를 하는데 보탬이 된다면 목적은 달성한 셈 입니다”

김 지점장은 지점이 위치한 노원구내 초중고 50여 곳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금융이나 돈에 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 출판한 책에서 인세로 들어오는 수입은 자신의 책을 되사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김 지점장 사무실 한쪽에는 택배로 도착한 도서 박스가 몇 개 놓여있었다. 김 지점장은 “비록 내 주장을 담은 책이지만 한사람이라도 더 돈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마셔버리면 그만인 만원짜리 음료수보다는 유익한 책 한권이 낫다는 생각에서 지점 직원들이 영업하는데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그가 내세운 10억 만들기에 대해 물었다. “10억은 작은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사람들에게 수백억원대 이상 큰 부자나 수십억 원대 중간 부자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지 모릅니다. 그에 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등 부동산을 포함한 10억원대 작은 부자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0억원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수준이죠. 친구도 잃지 않고, 가족도 챙길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을 적어도 45세 이전에 달성하기를 바랍니다.” 김 지점장은 45세를 인생의 전반전이자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90세를 넘보는 수준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에다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말이 나오는 현실을 빗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헛눈 팔거나 곁눈질하지 않는 것입니다. 직장인의 경우 현재 자기가 있는 자리, 즉 현업에서 몸값을 높여야 합니다. 10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구조가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직장인은 당연히 현업에서 승부를 봐야하는 것입니다. 저는 자영업자에게는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영업자는 자신이 하는 사업장에서 노력과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돈 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평소에 돈 공부를 해놓아야 합니다.”

김 지점장은 이어 생활자세를 바로 잡는 것이 뒤따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만난 부자 중에 게으르거나, 노름 등 방탕한 생활에 빠진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유서를 써보는 게 돈버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색적인 주장도 했다. 자신이 죽었을 경우를 가정해 아내나 자식 등 가족에게 남길 유서와 함께 아내 몰래 진 빚, 숨겨둔 비자금, 보험기록, 카드보유 내역 등 자신의 자산 상태를 낱낱이 기록해보라는 것. 김 지점장은 “해마다 유서를 새로 작성하면서 자신의 자산과 부채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게 될뿐더러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활 자세까지 다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점장에게 현재 여유자금 1억원이 있다면 어떻게 운용해야할지 물어봤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향후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덱스펀드를 추천하는데 인덱스펀드 70%, ELS(주가연계증권) 30%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하일성이 야구 잘하는 것 봤느냐’는 전문가들의 ‘항변’을 짐짓 모르는 체 재산 상태를 물어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아직 10억원을 다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독자들에게 한 얘기가 허황된 게 아니라 얼마든지 실천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저 역시 45세 이전에 10억원 만들기와 그에 필요한 생활자세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