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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도 없는데..
 
전업주부인 허모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분명히 남편이 꼬박꼬박 300만원을 벌어오는데 돈이 남질 않는것이다.
늘 벌이가 시원찮다고 핀잔주기도 하지만 따지고 생각해보면 남들에 비해 못 벌고 사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돌아보면 150만원이 채 안되는 월급으로 저축하고 살았던 시절도 있다. 그런데 소득은 거의 두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저축이 늘기는 커녕 줄어만 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과소비를 하고 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들이 커나가니까 식비도 늘고 교육비도 늘어서겠지 핑계를 대보는데 무언가 문제가 있기는 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담을 시작했을때 허모씨는 재무설계에 대한 용어조차도 몰랐다. 막연히 보험에 대한 니드때문에 상담을 했던 것인데 가계 소비 지출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겉으로 보아도 허모씨 가정은 과소비를 해서 저축이 힘든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명품이나 고가품의 과소비만 가계 소비지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간과하고 있었다.
 
할인마트 가는 횟수를 한번 줄여보자 
 
우리나라 최근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대다수 국민들의 소비지출이 한 몫을 차지한다. 소비자들의 신상품 소비에 대한 과감한 결단성이 오늘의 전자업계 명품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성향도 나름대로 수준있다해서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테스트 마켓이라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특히 명품을 보는 눈은 남다르다고 한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소비능력을 만드는데 한몫한 것이 대형 할인마트일 것이다.
식료품에서 의류나 각종 생활재까지 살면서 필요한 것을 쉽게 비교해서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영화관까지 함께 들어서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는 한마디로 원스톱으로 주말 이벤트가 가능한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거기에 늘 할인 행사가 있기 때문에 알뜰쇼핑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에 가면 제값 주고 살것을 대단히 파격적인 가격에 사은품까지 가질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마트에 가는 것은 가족 주말 계획중 일부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출발한다. 처음 마트에 갈때만 해도 이것저것 고르고 나니까 5만원 정도 지출했었는데 어느새 5만원이 10만원으로 늘더니 경우에 따라서는 2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날도 생기고 있다. 재무분석을 위해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마트쇼핑 횟수와 쇼핑금액이 이정도니 당연히 식료품비와 각종 소비성 지출액이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할인마트가 가격행사가 많아 알뜰 쇼핑의 기회가 될 것이란 생각이 상당히 착각이라는 것을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오히려 충동지출을 늘려 냉장고와 집 베란다에 불필요한 짐만 만들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다. 최모씨 부부에게 최대한 줄인다면 어느정도 가능한지 물었다. 절반은 줄일 수 있겠다는 답이다.
부족한 것은 가까운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에서 낱개로 사면되고 그래도 아주 안가는 것은 자신없으니까 딱 절반 한달에 두 번만 가기로 약속부터 했다. 그러면 생활비 지출 최소 30만원은 줄일수 있다. 그 돈은 무조건 저축으로 묶기로 했다. 계산해 보니 5년지나면 2천만원이 된다. 마트 쇼핑 줄인돈으로 큰 아이 대학등록금 마련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더니 두 부부는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작은 지출에 너무 많이 방심하고 살았던 것이 새삼 아깝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아껴야지 하는 소박한 절약정신’을 잃고 살았는데 그 시간들이 그렇다고 ‘잘써서 너무 행복한 시간’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계 배고픈 통장만 만들었다는 생각 그래서 좀 편하게 쓰고 살았지만 정작 마음은 가난해져 버린 것이다.
 
이자보다는 모은다는데 집중을
 
쓸돈도 없는데 저축을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산다. 그래서 많이 벌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만 많이 벌면 저축액보다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자연히 대박을 노리는 재테크에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오히려 손해를 보고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리도 높고 안정적인 금융 상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시중은행에 알아보아도 고작 0.5% 차이밖에 나지 않고 대부분 금리가 비슷하다. 매월 300만원씩 1년 동안 불입해도 10여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쓰는게 남는 것이란 생각마져 든다.
그러나 이자 차이만 생각하고 저축을 포기하는 것이 악순환의 첫 단추가 된다. 생각을 이자보다는 모을 돈 전체에 집중시켜야 한다.
그리고 쓰는 것의 효용을 따져야 한다. 안가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할인마트쇼핑만 줄였는데도 3년이면 천만원 5년이면 2천만원이 모이고 그 돈이 아이들 학비를 위해 제대로 쓰이는 것이다. 그 돈들이 무심코 주말 쇼핑카트에 가득채워지는 물건들에 쓰여질 것이었다.
 
알뜰함이 재테크의 시작
 
허모씨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대형할인마트, 홈쇼핑, 인터넷 쇼핑등 우리지갑을 훔쳐보는 유혹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 처음에는 쓰고도 스스로 놀래서 반성도 좀 했다. 그런데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10만원이 다시 2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무의식중에 마음을 정해버린다. ‘ 그래 잘 먹고 잘살려고 일하는 건데, 너무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 않아’이렇게 시작한 소비 불감증, 돈이 새가는 것에 대한 불감증은 소득이 늘어도 저축이 줄어드는 가계 재무구조를 만든다.
그렇게 늘어나는 소비는 알고보면 미래 우리 가족이 더 유용하게 쓸 돈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제 소비의 빨간등을 켜야 한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듯 사고 싶은 것이 있을때 세 번만 참아봐 스스로에게 경고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욕구를 지연시키는 것만으로도 미래는 훨씬 풍요로와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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