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채무자가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식한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일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 기대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그만큼 소득과 부를 준다는 것은 허위입니다. 첫차를 타고 나와서 막차를 타고 들어가는 일을 365일 쉬지 않고 해도 그것이 높은 소득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이 사람이 하는 일을 누가 얼마나 평가해 주느냐"에 따라서 값이 매겨집니다.
예를 들어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겠다" "빚을 갚아야겠다"면서 찾아 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가게를 열심히 새벽부터 밤까지 쓸고 닦으며 재고를 들여 놓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소비의 면에서도 교과서에 나오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였다면 파탄이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뚱뚱한 사람이 포테이토칩 하나 먹고 그만두기가 쉽지 않듯이 소비자에게 빚으로 사세요~라고 외치는 권유를 뿌리치기 쉽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잘 이해합니다~~(아시는 분은 아심!)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는 실패한 사람도 재활용하려고 합니다. 그 실패의 원인에 교과서적인 검소함을 벗어난 사치가 있었다고 하여 면책을 부인한다면, 체제에서 소외되는 자가 너무나 많아질 것입니다.
흔히, "파산만이 해결책인가요?"라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변호사는 "그 밖의 다른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물론 목매기나 강도, 몸팔기 말고요.(그래서 요즘 변호사에게 파산 가능 여부를 물으러 오는 사람들은 3분 이내에 결론을 얻고 내려가면서 지방에서 열심히 차 타고 온 노력이 가치가 있었냐 회의하는 분이 있고 그래도 가치가 있었다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벌기"가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은 이상사회입니다.
물론 파산이 채무자의 재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파산은 필요조건입니다. (죄송, 수학 이야기 비슷합니다. 보통사람들은 빚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반드시 파산을 거쳐야 할 것이고, 면책을 받더라도 남들은 이미 가지고 있고 잃어버리지 않은 가재도구, 전세보증금, 직장을 마련하려고 몸부림쳐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파산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파산 다음의 문제는 법원이 아니고 보건복지부나 노동부 같은 곳에서 해결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파산으로 채무를 청산하지 않은 사람이 재기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라는 말은 "자본주의"라는 단어의 정의에 반합니다. 높은 임금에 안정적으로 고용해 주는 곳도 없는 사람에게 "일해서 갚으라"니요!!!
가장 기본적으로 제공해 주어야 할 안전망에 의지하지 않고 재기하는 분들 물론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는 이런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파산으로 갔어야 마땅할 규모의 채무에서 빠져 나올 정도였으면, 채무가 없는 상태에서는 재벌이 되었을 것입니다. 영웅적인 힘을 발휘한 것이니까, 이런 분들은 존경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 방법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 없이 이룩한 결과만으로도 말입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영웅"이 되지 못합니다. 변호사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보통 사람들에 대하여 "영웅"을 본 받으라고 북돋우는 체제가 있(었)습니다. 스타하노프운동, 대약진운동, 천리마운동과 같은 이름이지요. 실패하였다고 평가합니다.
멋대로 살라고 하고, 자기 행동의 결과는 자기가 책임 지라면서 "사회보장"과 같은 것에는 미흡하다고 자타가 반성하지만, 도덕적 견지에서 비난을 받기도 하는 "파산"이라는 안전망을 100여년 이상 유지해 온 체제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를 쉽게 쳐들어갈 정도로 강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체제에 반대한다지만, 막상 이 나라에 들어가 살려고 합법적, 비합법적인 방법을 쓸 정도로 잘 삽니다.
채무자는 모범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파산은 실패자를 아래에서 꺼내서 같이 갈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요. (물론 다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일 뿐이고 없는 사람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보장이 없다고 해서 기회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너무나 살기가 힘들어 출산율이 줄어들고(변호사가 요즘 직업적으로 접촉하는 분들을 보면 확실히 느낍니다), 세금을 내면서 일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 버린 사람이 너무나 많아지는 체제는 결국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노숙자가 될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이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일할 수 없도록 볶아대면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가 될 것입니다. 그 노숙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또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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