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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와 달리 절약엔 ‘요요현상’이 없다면서 좌우명인 ‘땅을 파봐라,
10원짜리 동전 하나 나오나’를 실천하며 살아온 ‘왕절약’ 대리.
왕대리의 새해 ‘전략과제’는 ‘흘려버리기 쉬운, 작지만 큰돈 절약하기’다.
세법에 정해진 규정을 꼼꼼히 찾아 공부하고 발품 마우스품을 팔면 적지 않은 돈을 모을 수 있다고 그는 조언한다.


왕대리는 1월이 만기인 자동차보험료를 지난해 12월 당겨서 내는 것으로 2004년 ‘절약 목표’를 실천해나가기 시작했다.
2월께 큰맘 먹고 보장성보험에 가입할 계획인데 1월에 자동차보험료를 납부하면 보장성보험의 2004년 연말정산 공제한도인 10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터라 미리 보험료를 납부했다는 게 그의 설명.


연초부터 ‘굳은 돈’을 보며 의기양양한 웃음을 짓는 왕대리는 직장동료들에게 자신의 ‘절약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로 했다.
“과거 연도 연말정산에서 빠진 항목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보라”는 게 그의 첫 번째 조언.
금융상품 위주로 정보가 제공되는 언론의 연말정산 안내가 ‘바이블’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란다.
가장 빠뜨리기 쉬운 항목은 약국에 지불한 약값.
라식수술비와 안경구입비 등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제신청을 하지 않는 항목이다.


상당수의 납세자들은 해당 연도에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추후엔 환급을 요청할 수 없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과거에 서류를 제대로 내지 못해 정산을 못 받았다면 언제든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환급받을 수 있다.
예컨대 2000년 이후에 라식수술을 받고도 공제받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영수증을 챙기면 된다.
또 암이나 뇌출혈 등 1년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장기환자는 병원에서 ‘장애인증명서’를 떼면 장애인수첩 없이도 장애인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세법 공부 발품 팔기는 기본

왕대리는 4월 전셋집 생활을 끝내고 아파트를 구입해 입주한다.
그의 4월 ‘절약 노트’엔 ‘특별수선충당금 받을 것’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사는 세입자들은 매달 특별수선충당금을 낸다.
조금씩 미리 수리비용을 걷어 적립하는 방식의 특별수선충당금은 원래 집주인이 지불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다른 관리비와 같이 청구되는 터라 보통은 세입자들이 낸다.
이사할 때 집주인한테서 당연히 돌려받아야 하는 돈인 것이다.
전세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하여 4년 동안 특별수선충당금을 내온 왕대리가 돌려받을 돈은 40만원 남짓.
관리비청구서에 적힌 ‘특별수선충당금’란의 금액에 거주한 개월 수를 곱하면 받아야 하는 돈을 셈할 수 있다.
특별수선충당금은 부동산중개사들도 잘 얘기해주지 않는 까닭에 직접 챙기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돈이다.
과거에 돌려받지 못한 특별수선충당금이 있다면 옛 집주인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시간이 꽤 지났다면 얼굴이 두꺼워야겠지만.


집을 계약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주는 수수료를 정확하게 법정한도만 지급한 왕대리는 아파트의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채권도 중개사·법무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할 계획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개사·법무사를 믿고 할인 차액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채권을 매매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법무사들이 규정가보다 작게는 2~3%, 많게는 1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해 떡고물을 챙기는 것을 고려하면 직접 매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얼마나 차이가 나겠느냐”고 반문하는 동료들에게 왕대리는 전자계산기를 꺼내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개사·법무사를 통해 3%를 더 주고 채권을 샀다고 치자. 만약 증권사나 국민은행에서 직접
구입했다면 100만원짜리 연복리 5% 채권 기준으로 차액이 10만원이 넘는다.
경우에 따라 수백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
부동산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사고 팔 때도 채권을 직접 매매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걸 잘 기억해둬라.”


왕대리는 5월께 그동안 타던 소형 승용차를 팔고 준중형급 중고차를 구입할 계획이었으나
구입 시기를 6월 중순으로 미뤘다.
중고차를 매매할 때는 시기를 잘 따져봐야 한다.
중고차는 1월과 6월2일 직후에 사는 게 가장 유리하다.
자동차세는 6월과 12월 두 번 내야 하는데, 상반기엔 6월1일 현재 소유자에게, 하반기엔 12월1일 현재 소유자에게 일괄 부과되기 때문이다.
팔 때는 5월31일 직전과 11월30일 직전이 가장 유리한 셈이다.
12월2일 직후보다 1월에 사는 게 더 유리한 것은 연식이 1년 추가됨으로써 12월에 구입한 경우보다 세금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집을 사고 팔 때도 마찬가지다.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도 기준일에 따라 한몫에 부과된다.
부동산보유세가 올해부터 크게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매 시점을 조절하면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는 6월1일 현재 소유자에게 1년치 세금이 일괄 고지된다.
따라서 부동산 매도자는 5월 말까지 잔금을 받고 부동산을 양도하는 것이, 매수자는 6월1일 이후에 잔금을 치르고 부동산을 인수하는 편이 유리하다.


-자동차세 미리 내면 10% 할인 혜택
왕대리는 여름휴가 때 외국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절약은 쓸데없이 낭비하는 돈을 아끼는 것이지 여가·문화생활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고 그는 믿고 있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경우엔 여행사에 맡기지 말고 개인 이름으로 직접 가입해야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해 EU(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등 27개국은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하면서 부담한 부가가치세(또는 특별소비세, 연방세 등)를 환급해주는 ‘세금환급제도’를 운용하는데, 이를 적절히 활용하자.
부가가치세율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0∼17% 수준으로 만만찮은 액수다.
국가별로 환급규정에 차이가 있는 터라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방법을 알아둬야 한다.


여름휴가를 다녀오면 곧 추석이다. 왕대리가 부모님 선물로 일찌감치 점찍어둔 선물은 구두.
서울 명동 등 대도시 번화가의 구두수선소나 가게에서 구두상품권을 구입한 뒤 세일 때 구두를 사면 많게는 정가의 50~60%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K제화는 20%, E제화는 25%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이 거래된다.
백화점상품권도 불경기로 인해 할인율이 높아졌다. 구두상품권만은 못하지만 10만원짜리 상품권을 구두수선소 등에서 9만300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L백화점 상품권의 할인율이 가장 낮고, S·H백화점은 L백화점 것보다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왕대리는 12월 새로 구입한 자동차에 하반기 자동차세가 부과되면 하반기분과 함께 내년 6월에 부과될 자동차세를 당겨내는 것으로 2004년 ‘절약 전쟁’을 가름할 예정이다.
자동차세를 미리 내면 10%의 할인을 받는다. 1년치 자동차세를 한꺼번에 내려면 상반기는 1월16일부터 31일, 하반기는 6월16일부터 30일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에 연납을 신청하면 된다. 그렇다면 1년 동안 ‘절약 전쟁’을 치른 왕대리는 모두 얼마를 아꼈을까.
궁금하다면 직접 도전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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