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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재테크는 무슨 재테크?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럴 만도 하다. 젊은 직장인들은 매달 돌아오는 카드 대금을 이 카드 저 카드로 돌려 가며 막기에 바쁘고, 자녀가 있는 중년들은 양육비·교육비를 감당하느라 정신이 없다. 대출을 받았다면 원리금 상환에 허리가 휠 것이다. 장차 내집을 마련하고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데, 당장 눈앞에 해답이 보이지 않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의 불안을 내일로 미루기 십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같은 ''무계획한 계획''을 용납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여기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있다. 5년 전 사회 생활을 시작한 입사 동기인데, 한 사람은 젊어서부터 인생을 즐기자는 낭만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일찍부터 재테크에 눈을 뜬 실속파이다. 낭만파는 3년 전 결혼할 때 그동안 모은 돈과 은행 대출금을 합쳐 32평 아파트를 전세로 얻었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를 다녀야 하니 RV도 한 대 장만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낭만파의 현실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하다. 매달 상환해야 하는 은행 대출금과 할부금에 쪼들리고, 전셋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낭만은커녕 한숨만 깊어진다.
반면 실속파는 아내와 결혼하면서 약속한 것이 있다. 형편에 맞게 살면서 살림살이를 불려가는 재미로 살아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큰 평수는 아니지만 서울 근교에 작은 아파트를 장만해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회사까지 대중 교통 수단이 잘 연결되어 있으므로 아직 승용차 없이 살고 있다. 결혼하면서 한 달에 50만원씩 붓기 시작한 근로자우대저축이 얼마 후 만기가 되어 2천만원 가량 목돈을 쥐게 생겼다. 요즘 금리가 많이 떨어져 재테크하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실속파 부부는 그 돈을 어떻게 굴릴까 하는 생각에 부풀어 있다. 날마다 신문 경제면을 꼼꼼히 살피고 인터넷의 재테크 정보를 찾아 다니다 보니 이들의 금융 IQ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재테크는 무슨 재테크?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돈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풍요한 삶을 누릴 만큼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남들 버는 만큼 벌고 있지 않은가. 아무 계획 없이 그때그때 임시변통 식으로 살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재테크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정작 여유 있게 살아야 할 인생의 황혼기에 쓰라린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재테크를 하기 앞서 현재의 수입·지출·부채 등 재산 내역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빚을 없애는 일이다. 모든 부채를 청산하고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종자돈(seed money)을 마련할 수 있다.
항목 평균 지출(A) 나의 지출(B) A-B
식료품 10.0%
외식비 7.7%
주거비 3.1%
광열/수도비 3.5%
가구/가사 2.8%
피복/신발 3.9%
보건/의료 2.8%
교육 6.2%
교양/오락 3.2%
교통 8.2%
통신 3.9%
잡비 12.7%
세금/사회보험료 11.1%
저축 20.9%
위의 표를 보자. 2001년 2/4분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소득 대비 평균 지출 수준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인데(A), 이것과 자신의 지출 내역을 비교하면 자신의 소비 유형을 알아볼 수 있다. 펜과 계산기가 준비되었다면, 항목별 지출을 백분율로 계산해 빈칸(B)에 적어 보자. 그 둘의 차이(A-B)가 당신의 소비 유형의 건강성 여부를 보여줄 것이다. 특정 항목에 대한 소비가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면 일단 그 부분 지출부터 줄여 간다. 이런 식의 지출 관리는 지출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효율적인 지출 관리가 이루어지면 여유 자금이 마련된다. 오늘부터 눈 딱 감고 한 달에 10만원만 덜 쓴다는 각오를 갖고 살아 보자. 매달 불어나는 통장 잔고가 돈 모으는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먹고살기도 빠듯하다는 말은 게으른 자의 변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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