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아무개씨는 2년 전부터 펀드 투자를 하고 있다. 매월 적립식으로 저축액의 90%를 펀드 상품에 넣고, 갖고 있는 여윳돈도 대부분 거치식 펀드에 투자했다. 올 초부터 급등하고 있는 주식시장을 보면서 이씨는 내심 뿌듯하다. 10년 전 가까운 친구의 보증을 서주고 큰돈을 손해 본 이씨는 최근의 펀드 투자로 3억원의 자산을 다시 형성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틀 전 은행을 찾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15년이 넘은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차를 바꿔야 할 상황인데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윳돈 거의 대부분이 펀드에 묶여 있는 상황인데 더 오를 것이란 생각에 환매해서 쓸 수가 없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지출을 먼저 하고 좀 더 수익을 챙긴 뒤에 마이너스 통장을 갚아나가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적립식 펀드도 다소 무리하게 붓고 있어 생활비도 지나치게 빠듯하다. ‘생활비가 부족하면 마이너스 통장에서 꺼내 썼다 금세 다시 메워 넣으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돈은 쓰기 위해 모으고 더 잘 쓰기 위해 불리는 것이다. 특히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좀더 잘 쓰고 잘 모아서 효율적으로 불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잘 불리기 위해서는 투자의 철학과 원칙을 잘 세워 놓아야 한다. 투자의 철학과 원칙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객관적인 경제변수와 투자전망에 대한 판단이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된다. 객관적인 경제변수와 투자전망이라는 것이 100% 확실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것을 전제로 수익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자산은 투자에 묶어 두고 생활은 빚으로 하는 모순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불확실한 투자 수익을 좇으며 빚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도 최근에는 늘어나고 있다.
설사 투자가 성공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어도 더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 때문에 팔아서 쓰지도 못한다. 오히려 기대심에 돈은 계속 투자에 묶어두고 마이너스 통장으로 마음속으로만 ‘차익실현’을 하며 씀씀이를 늘린다.
성공적인 투자의 원칙과 철학은 바로 이런 불확실한 것이 아닌 실제 돈을 쓸 계획에 기반해서 만들어야 한다. 즉 인생 전반에 걸친 위험과 미래 계획들을 설계해보면서 돈이 필요한 시점과 금액을 따져봐야 한다. 그 시기에 맞춰 긴 호흡과 합리적인 차익실현의 시기, 그리고 적절한 투자 수단을 결정해야 한다.
돈 쓸 계획에 맞춘 투자원칙을 세워, 성급하게 수익을 좇거나 더 큰 욕심을 부리다 정작 돈을 써야 할 때 빚으로 사는 위험과 불편을 자초해선 안 된다. 10년 뒤에 써야 할 돈, 20년 뒤에 써야 할 돈을 지금 당장 다 마련해 놓으려는 조급함으로 남 따라하기 투자를 하다 실패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 긴 호흡을 갖지 못하고 투자의 변동성을 인내하지 못해 더 떨어질까봐 성급히 투매해 버리고 손해를 보는 실패의 공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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