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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금리란?
2006/08/08 오전 10:37 | 경제 브리핑
금리는 높은 것이 좋은가 아니면 낮은 것이 좋은가? 누가 이 질문을 던진다면 약간 바보같은 사람들은 낮은 것이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또는 높은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머리가 좀 돌아가는 약삭빠른 사람들은 적당한 것이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적당한 것이 좋다.
그럼 이제 그 사람에게 물어보자. 지금 적당한 금리는 얼마인지 말이다.
도대체 적당한 금리의 수준을 알 수는 있는 것일까? 더 약삭빠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수준을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금리 수준이 적당해진 그때가 오면 적정 금리를 알 수 있다고.실제로 이 대답은 그린스펀이 미국 중앙은행의 의장으로 있으면서 금리를 올리던 시기 즉 2004년 여름에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그가 도망가면서 흘린 대답이다.
정말 그린스펀은 행운의 사나이다.
만약 지금 그가 계속 중앙은행의 의장이라면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이 그때냐고? 과연 그가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는다.
지금의 미국 연방기금금리 5.25%가 적정한 수준인지 아닌지에 대한 물음에 그가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린스펀이 의장으로 있던 시절인 2003년~2004년에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1%였다.
그러면 그때 그린스펀은 그 금리를 적정금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때가 오면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이비 교주가 연상된 것은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낮으면 1%, 높으면 13%까지 올라갔다.
이중에서 과연 어떤 금리가 적정금리일까? 다른 모든 제품은 시장에서 결정되는데 왜 하필이면 연방기금금리만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골방에서 비밀스럽게 결정하는 것일까? 시장은 바보들의 모임이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천재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바보들의 모임인 시장의 기능을 그토록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보면 금리는 거의 언제나 높거나 또는 낮다고 보아야 한다.
높은 수준에서 낮아지기도 하고, 낮은 수준에서 높아지기도 한다.
그럼 금리가 높은 것과 낮은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금리가 높다는 것은 구성원들이나 그 나라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먼저 좋은 측면을 보자.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마치 한국 축구 대표 선수들이 실제 이상의 혹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한다는 말과 같다.
이렇게 하면 외국과의 게임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나 개인은 높은 금리가 주는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서 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일은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금리가 높은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금리가 높으면 돈을 가진 사람이 돈을 빌리는 사람보다 유리하다.
금리가 높으면 소위 돈을 가진 사람이 그 돈으로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이자만으로 살아간다.
돈을 빌린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이렇게 번 돈의 일부를 가지고 가버린다.
이제 금리가 낮은 것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자. 금리가 낮다는 것은 사회가 돈을 낭비한다는 말이 된다.
별로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에도 그냥 뛰어들고, 빌린 돈으로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사기도 한다.
이렇게 낮은 금리에 익숙해지면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환경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다.
링거를 꽂은 채 병원에 눕게 된다.
금리가 낮은 것이 좋은 측면을 가지기도 한다.
좋은 투자 아이디어가 있으나 돈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사람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미래를 위해 모험을 하는 사회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회다.
금리 수준이 높고 낮은 것에 위와 같은 장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금리 수준이 조금 높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지금의 통화체제는 정부가 또는 중앙은행이 마음먹은 대로 통화를 찍어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 나라 경제에 어려움이 생기면 기본적으로는 고생을 해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모두가 이렇게 한다.
대학 입시생도 그렇게 하고, 직장인도 그렇게 하고, 군인도 그렇게 하고….그런데 정부는 이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제의 어려움을 돈을 풀어서 해결하려고 한다.
어려움이 해결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돈을 풀어서, 즉 금리를 낮추어서 문제를 풀어가거나 금리를 낮추어서 소비를 늘리고 생산능력이 올라가면 모두들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생각하며 스스로 부자가 된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때가 되면 자신의 본래 실력이 드러난다.
중앙은행이 말로는 적정금리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한 나라 경제에 문제가 생길수록 낮은 금리는 더욱 문제가 된다.
그 나라 경제가 부채에 의존할수록 낮은 금리는 더욱 문제가 된다.
빚이 많은 사람에게 금리를 낮추어 주면 빚은 늘어나고, 그 사람은 더욱 금리가 낮아야 견딜 수 있다.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약에 의존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약에 길들여지고, 약의 부작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힘이 들더라도 자신의 체력으로 몸을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음식도 조심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즉 금리의 수준을 조금 높게 유지해야 한다.
비록 누군가가 나를 보고 게으른 금리 생활자를 옹호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낮은 금리보다는 약간 높은 금리를 좋아한다.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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