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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인재는 이유가 있다
헤드헌터 이정은씨가 본 ‘헤드헌팅 24시’
CEO·기업임원서 30대 경력자 중심으로 헤드헌팅 시장 재편
영어 능통한 엔지니어 MBA출신 컨설턴트 인기 이직여부 35세쯤 결정




‘92~94학번의 대기업 대리, 연봉 4000만~6000만원’
헤드헌팅(경력자 이직·離職) 시장에서 요즘 잘 팔린다는 ‘매물(賣物)’이다. 인재와 재능이 거래되는 헤드헌팅 시장의 풍경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과거엔 기업 임원이나 CEO(최고경영자)급이 주 타깃이었으나 이젠 30대 초반의 젊은 경력자들이 회사를 옮기는 통로가 됐다.


헤드헌팅회사 ‘코리아헤드’의 최근배 이사는 “삼성전자에 합격한 사람이 ‘3~5년 후에 직장을 옮길 테니 그때 나를 좋은 곳으로 옮겨달라’며 이력서를 보내오는 신입사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엔 약 30만명분의 연락처와 경력사항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고 있다.


“제가 이런 일이 처음이라….”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리아헤드 상담실.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한 뒤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첫인상부터 감점(減点)이다. 자신감이 없다. 32세의 5년차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업체 대리, 연봉 3800만원. 그가 자신을 ‘매물’로 내놓은 뒤 첫 상담을 받는 자리였다.


이정은(36) 헤드헌터가 김씨의 이력서를 살핀다. “영어 성적이 없으세요?” “네.” 남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토익 몇 점이세요?” “700점대요. 최근엔 안 봤고 대학 시절 본 건데요.” 다시 감점. 영어실력은 이직의 필수 조건이다. 허리가 35인치는 돼 보인다. 4년 전 찍었다는 증명사진 보다 10㎏은 쪄 보인다. 한번 더 감점. 자기관리에 실패했다는 증거다. 인상은 좋다. 플러스. 그러나 전체적인 성적을 반전시키기에는 모자란다.


“외국계 회사를 원하시지만 힘들 것 같아요. 국내 업체는 가능하겠지만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씨가 딱 부러지게 말한다.


남자 얼굴에 실망한 빛이 역력하다. 입사 후 처음으로 월차 휴가를 내서 상담받으러 온 참이었다. 30여 분 상담 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깨가 처진 채 문을 나선다.


요즘 헤드헌팅 시장엔 휴대전화 업계 사람들의 이력서가 넘쳐난다.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감지되는 곳이 헤드헌팅 시장이다. 이씨는 “직장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이직 희망자 100명 중 1명 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제대로 쉴 줄 아는 사람들이 이직(離職)도 더 성공 하더라고요.”헤드헌터 이정은 씨가 11일 고객을 만나고 돌아오다 서울 삼성동 거리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김보배 객원기자

이날 점심. 이씨는 자신을 통해 외국계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씨는 “이직에 성공한 사람들과는 식사나 전화통화를 통해 인연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직 성공자를 통해 소개받은 사람들은 믿을 만하기 때문에 추천후보 1순위로 올린다.


이직 시장에서 잘 팔리는 사람은 따로 있다. 영어에 능통한 엔지니어와 명문 MBA출신 경영컨설턴트는 어디서든 환영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 계열사 인사담당자가 가장 환영을 받는다. 반면 학벌만 좋다거나, 평소 직장을 욕하는 사람은 어디 가도 팔리지 않는다.


헤드헌터는 최종적으로 2,3명을 회사에 추천한다. 검증작업은 이렇다.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친한 사람 3명의 전화번호를 받는다. 최근배 이사는 “불공정할 것 같죠? 절대로 아닙니다. 아무리 친해도 100% 칭찬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제 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단점이라면 좀 잠이 많은 거죠”라는 식이다. 또 이전 직장 인사부에도 비밀리에 ‘취재’를 한다.


이직은 언제 결정해야 할까? 35세 안팎에 결정해야 한다고 헤드헌터들은 입을 모았다. 무조건 높은 연봉만을 찾아서도 안 된다. 연봉은 전 직장에 비해 10%정도 높아지면 성공한 편이다. 경력시장에서도 회사를 자주 옮기는 것은 금물이다. 10년 동안 4,5번 이상 직장을 옮기면 ‘철새’로 찍혀 사실상 ‘퇴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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