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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방송작가 강서재씨의 1억 만들기
“온 사회가 바람난 것처럼 보였는데 아직도 땀흘려 돈 모으는 것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기뻤어요.”

9년차 방송작가인 강서재(33)씨는 지난 6월 초 출간한 한 권의 책으로 순식간에 유명인이 됐다. 여기저기서 방송출연과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강연 제의도 많이 받았다.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www.cyworld.com/uma) 방문자는 하루 평균 300여명, 방명록에는 찬사와 동경을 담은 글들이 넘쳐난다. “꼭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거 있죠.” 그의 책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위즈덤 하우스)는 발간 5일만에 초판 5000부가 동나 재판인쇄에 들어갔으며 현재 7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책은 미혼의 평범한 직장여성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적금을 부어 1024일만에 1억 800만원을 모으기까지의 기록이다. 주식투자의 왕도(王道)도, 노른자위 땅에 대한 정보도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우직하고 미련하게, 개미처럼 일하며 아끼고 아껴서 저축한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겨있을 뿐이다.

그는 직장생활 5년차였던 스물 일곱에 기분전환을 위해 미국 여행을 떠나려다가 통장 잔고가 700만원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고 기겁한다. 밀린 카드빚과 공과금 등을 다 내고 나면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단다. 그때까지 그에게는 그 흔한 적금통장 하나 없었다. “돈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었어요. 쇼핑중독, 특히 ‘원피스 중독’이었어요. 길 가다가도 예쁜 원피스만 보면 사고싶어 몸이 달았죠. 끊임없이 카드를 그어댔어요. 이 달 월급 다 쓰고 나면 다음달 월급이 또 들어오니까 저축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그런데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니…, 저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지더라구요.”

위기상황을 느낀 그는 난생 처음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1억원’이라는 목표액을 정해놓고 미친 듯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받던 월급 220만원의 80%인 160만원을 저축하는데서 시작해 맡고 있던 KBS 2TV의 'VJ 특공대'말고도 프로그램을 더 맡아 매달 80만원씩을 더 보탰다. 삶의 목표는 오직 돈 모으기.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인간관계도 최소한도로 줄이고, 우유값 400원에 발발 떨 정도로 먹는 것도 지독하게 아꼈다. 하루 4시간씩 자면서 돈 벌기에만 집중하다보니 몸무게는 8㎏이 빠졌고 영양실조에 탈모증, 눈다래끼를 달고 살았다.

그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전쟁 치르듯 돈 모으기에 매달렸을까. 그는 “젊었을 때는 누구나 뭔가에 치열하게 매달린다”며 “내겐 그 대상이 돈 모으기였을 뿐”이라고 했다. “책 제목때문에 ‘시집도 가지말고 평생 돈이나 모으고 살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어요. 저는 결혼도 안 하고 돈에만 매달리겠다고 한 게 아니에요. 기본적인 경제적 토대를 제 힘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지요. 어릴 땐 부자 남편 만나서 잘 살아보겠다는 허황된 꿈도 꿨지만 돈 모으기에 빠졌던 지난 3년간 철이 들었지요. 자기 힘으로 모은 재산의 귀중함을 깨달았어요.”

그는 “대학생뿐 아니라 고등학생들로부터도 적금 붓는 방법에 대한 문의 메일을 많이 받는다”며 “젊은 사람들이 돈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쪽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고 했다. “저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겪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까지는 문학이나 영화에 대한 상식이 없으면 ‘무식하다’고 비웃음을 샀지만 경제 마인드 없는데 대해서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잖아요. 오히려 젊을 때 돈에 관심을 가지면 ‘돈독 올랐다’며 천박하게 생각하고…. 그런데 시대가 변해 이젠 재테크 자체가 교양이 됐어요. 꿈을 이루려면 돈이 든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닫는 거죠.”

‘1억 모으기’를 시작한지 2년째 되던 해에 그는 목표를 달성하면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써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1년 후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원고를 무작정 출판사 여기저기에 보냈다. “제 경험이 너무나도 소중했기 때문에 뭔가 결과물을 남기고 싶었어요. 제가 음악가였다면 곡을 만들었을 테고, 화가였다면 그림을 그렸겠죠. 저는 작가였기 때문에 글을 썼어요. 세상에 승부수를 띄우는 심정이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여기저기서 서로 출판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책의 성공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은 유명인이 됐다는 우쭐함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자신감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책을 내면서 많이 두려웠다”고 했다. “‘한 탕’ 해서 큰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이 만연한 세상이잖아요. 1억원쯤은 돈으로도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해서 제 방식이 바보스럽다는 비웃음만 사고 끝나면 어떡하나하고 생각했어요. 재테크의 기본은 절약과 저축이라는 거, 아껴서 모은 돈의 귀함을 아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걸 깨닫고 뿌듯했지요.”

그는 “지금은 그 시절처럼 아득바득 살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집안 대소사도 적극적으로 챙긴단다. 그래도 월급의 60%는 항상 저축한다.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집을 사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현재 경기도 일산의 원룸에서 전세를 얻어 혼자 살고 있다. “어디에 있는 집인지, 어느 정도 규모의 집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많이 공부하고 알아봐야죠. 일단 내가 살 집 한 채를 사고, 이후에도 계속 저축해 한 채를 더 사고 싶어요. 늘그막에 집 두 채를 갖는 것…, 그게 제가 목표로 삼은 ‘경제적 완성’이에요.”

(곽아람기자 aramu@chosun.com )


★강서재가 밝힌 재테크 노하우

1) 목표의식을 가져라.

누구나 적금통장은 다 가진다. 그러나 목표의식이 있는 사람만 목돈을 손에 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하니까’, 엄마가 들라고 하니까’ 등의 이유로 생각 없이 무작정 통장만 만든다. 얼마를 모을지에 대한 계획도, 만기가 돼면 그걸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다. 나는 일단 목표액을 정하고 나서 달마다 의무적으로 저축해야할 금액을 역산해 그만큼씩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축했다. 의무감이 생기니 절제가 가능했다.

2)수입은 일급으로 계산하라.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월급으로 계산하지 말고 일급으로 계산해라. 5만원짜리 블라우스 한 장을 산다고 치자. ‘내 수입이 150만원인데 이거 하나쯤이야…’하고 생각하면 쉽게 돈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하루에 버는 돈을 여기에 다 써?’ 하는 생각이 들면 차마 돈을 쓰지 못하는 게 사람 심리다. 일급으로 수입을 계산하면 철저히 소박해질 수 있다. 3)만기는 짧게 가라.

적금 만기를 너무 길게 작으면 쉽게 지쳐서 포기하고 만다. 처음 시작할때는 짧게 잡아서 목돈을 손에 쥐는 기쁨을 단시일 내에 맛보는 것이 좋다. 목표달성의 기쁨을 한 번 맛보면 그 이후부터는 가속도가 붙는다.

4)자신이 초보라는 것을 인정하라.

‘남들이 어떻게 벌었다더라’ 하는 성공신화에 집착하면 안 된다. 단기간에 10억, 20억 모은 사람은 억세게 운이 좋거나 엄청나게 공부를 많이 해 고급정보를 손에 쥔 사람이다. 초보는 적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초보에게 ‘돈이 돈을 낳는 게임’은 안 되다 부자에겐 부자의 투자기법이 있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난한 사람의 투자기법이 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다. 처음부터 고수의 기법을 따라가면 절대로 안 된다. 굴릴 돈도 없으면서 굴릴 것부터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재테크의 출발은 누가 뭐래도 절약해서 저축하는 거다.

5)적금통장은 2개만 만들라.

사람들은 대개 통장이 여러 개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개를 만들어놓으면 관리하기가 힘들다. 내 경우에는 100만원 이상의 목돈이 생겼을 때마다 넣을 수 있는 통장을 하나 만들어 메인으로 삼고, 의외의 수입이 생겼을 때 단돈 1만원이라도 언제든지 저축할 수 있는 자투리 적금통장 하나를 추가해 두 개만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6)통장은 항상 몸에 지녀라.

돈을 모은다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힘들때마다 나는 핸드백 속에 넣어둔 적금통장을 꺼내 액수를 바라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잊어버리는 것보다는 항상 몸에 지니고 두고두고 꺼내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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