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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 보험왕들의 말못할 속사정을 들어보니…


부실계약으로 인한 대납·과도한 선물비용·사람 모셔오기 등으로 제살 깎아먹는 꼴


"여러분도 억대연봉에 도전해보세요. 저희 보험사에 오시면 누구든지 부자가 됩니다."

리쿠르팅시 소장이나 매니저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설계사 후보자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우리는 종종 주변에서 MDRT 회원, 억대연봉설계사로 성공한 사례를 듣는다.
그리고 한번쯤 "나도 보험 설계사에 한번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설계사 생활을 하면서 불행해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들의 속내를 가슴 깊숙이 감춰놓고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왕들, 알고보면 '빛 좋은 개살구'

해마다 보험사들은 연도대상 시상식을 갖는다.
이 시상식은 사업결산을 마치고 설계사, 지점, 영업소, 대리점 등에 대한 포상들이 이루어지는데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그해의 보험왕들이다.

화려한 드레스와 왕관으로 치장한 여왕들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성공한 설계사의 모습으로 신입설계사에게는 그들의 모습이 우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직 보험 관계자들은 이런 여왕들을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모습 뒤에 냉가슴을 앓다 못해 시커멓게 타버린 그녀들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K생명의 한 설계사는 "해마다 연도대상 수상자 중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빚더미에 앉아서 속이 썩어 뭉드러진 설계사가 몇명씩 꼭 올라와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실계약으로 해지된 보험금을 대납하는 돈이 여왕의 억대 연봉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보험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연봉이 몇 억원이니 하며 각 언론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도대상수상자들의 실체를 알고 보면 빚더미에 쌓여있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

이들 대부분의 보험왕들이 그 다음에 보험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한다.
보험왕 세계의 종말이 참으로 비참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은 그들의 화려한 이면엔 남편(아내)도 모르는 커다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고액의 연봉을 받는 보험 설계사들이 빚에 쫓기고 가산이 탕진되어 이름 없는 별처럼 사라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보험왕들의 말로가 비참한 이유는 보험사의 급여구조와 설계사들의 정신을 극도로 압박시키는 영업조직의 제도에 있습니다"고 지적했다.

설계사의 급여구조는 매달 신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금에 대한 수금이 이루어지면 그에 대한 성과급을 받는다.
각 보험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설계사들의 급여구조는 고정급과 성과급으로 나누어지는데 고정급은 전체의 20%미만이라 급여의 대부분은 성과급이다.


성과급 올리기 위해 대납 비일비재

때문에 설계사들은 성과급 올리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성과급은 비례체제가 아닌 누진체제로 실적이 높을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성과급은 당월자체의 신 계약 뿐 아니라 보험금 수금이 결부가 되어 매달 수금성적에 따라 성과급이 가감된다.

결국 설계사들은 자신에게 할당되는 신 계약 체결은 물론 과거보험 가입자들의 수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지만 안정된 수익창출과 자신의 수당을 불이익 없이 수령하게 된다.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급여체제에서 중도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약하는 고객들이 나오게 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미 설계사가 그 고객의 보험가입으로부터 얻은 수당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설계사들이 수당도 돌려줘야 하지만 수금부진으로 설계사 등급하락, 해당 지점의 영업성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돼 계약이 실효되는 경우 엄청난 심적 고통에 쌓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결국 설계사들이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 바로 '대납'이다.
계약을 해지한 고객들의 보험료를 대납해서 억지로 수금을 유지하는 방법인데 자신의 수당으로 고객의 보험료를 막아주는 것이다.

설계사 등급이나 성과수당 구조자체가 신계약과 수금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 설계사들은 무리한 보험강요, 보험료 대납에 의한 보험체결로 신 계약을 늘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며 결국엔 미납요금을 자신의 수당으로 대신 지불하게 된다.

D사의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임모씨(43·여)는 "설계사가 부실계약을 체결하면 단 한번의 보험손실로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금에 대한 성적연계로 지속적으로 보험료 대납을 할 수밖에 없어 자신의 수당을 대부분 보험료로 밀어넣고 있어요"라고 털어놨다.

S사의 김모씨(45·여)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설계사에 대해 "같은 지점의 설계사 중 급여가 300만원 가까이 되는 설계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은 늘 생활고에 시달렸죠. 언제나 급여통장은 월 목표를 맞추기 위해 이것저것 넣은 자기 보험의 보험료와 고객의 보험료 대납을 빼면 오히려 마이너스였거든요. 그렇게 계속해서 계약자를 대납해주며 일년은 끌고 갔어요"라고 밝혔다.

결국 그 설계사는 사채 빚에 허덕이다 도중하차 했다고.

이처럼 설계사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보험을 대납하고 어쩌다 해약하는 계약자가 있으면 회사로부터 어김없이 날아드는 수당 회수, 그리고 보험 들어줘 고맙다는 선물비, 활동에 필요한 물품구입에 이것저것 돈을 떼고 나면 그냥 집에서 남편월급으로 살림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토로한다.

M사의 지점장으로 7년 근무한 D씨(52·남)는 "보험회사의 급여구조가 설계사에게 대납을 강요해 이들을 빚더미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설계사들의 보험료 대납은 본사에서도 알고 있으면서 서로 모르는 척 하는 상황입니다"고 토로했다.


회사의 증원 요구에 시달리는 설계사들

또한 보험회사의 영업 조직도 설계사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
보험회사는 실적 달성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제안과 목표를 제시한다.

상식적으로 설계사는 자신의 급여에 대한 노력만 기울이면 되지만 회사에서는 일종의 다단계와 비슷한 '사람 모시기'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설계사 입장에선 직접 소득향상이 없는 다른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며 회사가 요구하는 증원의 목표를 채워야만 한다.

설계사들은 증원을 통해 새로운 설계사가 입사하게 되면 그 설계사의 연고와 지인으로부터 손쉽게 보험판매가 가능한 이유로 영업소가 실적 달성을 위해 자신들에게 강제적으로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뿐만이 아니라 마감일정에 목표를 달성하려고 고객으로부터 약속한 날짜를 앞당겨 설계사 본인이 대납하여 넣은 신계약이 비일비재하고 지점별·영업소별로 경쟁을 부추겨 강제 보험 판매하고 실효된 후 설계사가 대납하는 경우가 양산하는 사례도 많다 한다.

결국 설계사는 자신의 소득이라는 기본적 목표는 퇴색된 채 보험사의 급여구조, 영업압박, 증원 등에 의한 부실계약판매 등으로 대납에 이르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발표되는 보험왕들도 보통 설계사들보다도 더 못하다는게 이들의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왕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고 한다.
회사의 이미지가 곧 증원과 연결되고 화려하게만 보이는 자기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설계사 생활만 7년 하다 은퇴한 C씨(50·여)는 "보험여왕의 경우 더 많은 부실계약체결에 자신의 연봉보다 많은 보험료를 대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신들이 대납한 보험료, 투자비 때문에 빚더미에 앉아도 쉽게 보험사를 나가지 못합니다"고 설명했다.


3억 연봉 설계사 감옥가기도

사실 우리에겐 은팔찌를 찬 보험여왕의 사례도 있다.

S사에서 매년 보험판매액 1위에게 주는 연도상을 96년, 97년 연거푸 수상, 당시 보험설계사 역대 최고 연봉인 3억5천만원을 받았던 신씨.
현재 그는 보험료 유용 혐의로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S사측에서는 신씨가 수금한 3억2천여만원을 개인사업에 투자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들은 "보험금 대납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사채에 손을 대다 결국은 보험료에까지 손을 댄 것"이라며 다른 입장을 보였다.

당시 신씨의 사건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보험여왕의 진실은 베일에 가려진 채 수사가 종결됐다.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설계사 송 모씨(44·여)는 "설계사의 가슴앓이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들의 문제는 설계사가 아닌 이상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해마다 보험왕들이 발표되지만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어두운 그늘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보험사의 구조가 개편되지 않으면 더 많은 설계사들이 본전도 못 찾고 나락의 길로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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