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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직장인 음주행태와 기업의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깜짝 놀랄 만한 내용들이 많다.

직장인 42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가 '주 1회 이상'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주 1회 마신다'는 50.6%, '주 2~3회 마신다'는 29%, '4회 이상 마신다'도 3.4%에 달했다.

사실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실수록 그로 인해 비롯되는 사건과 사고 또한 많아지고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앞의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로 인해 손실을 입게 되는 경제·사회적 비용이 무려 14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GDP의 2.8%에 달한다고 한다. 말이 2.8%이지 이는 우리나라 국방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과음에 따른 폐해도 많아 속쓰림·설사 등 음주질환 경험자가 60%에 육박했으며, 술값으로 인해 경제적 곤란을 겪은 사람도 22.2%나 되었고, 지방간·간염·위염 등 치명적인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환을 겪은 사람도 21.7%나 되었다. 요즈음 정부 차원에서 담배값을 올리면서 흡연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데, 담배와 전쟁이 끝나면 그 다음 차례는 술이 아닐까?

단지 술을 많이 마신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탓할 일은 아니다. 내 자식이 시험성적이 하위권이라면 결과만을 놓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원인을 캐보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이 술과 관련해서도 술을 많이 마시는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내 자식이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면 그 아이를 탓하기가 힘들 듯 음주에 대한 이유도 잘 알아보고 대응해야 한다.

다시 보고서를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술을 마시게 되는 주된 이유는 사적인 즐거움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직장상사나 동료와의 회식, 고객 접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불어 직장 내 상사 및 동료들과의 갈등 해소나 조직관리를 위해서도 음주가 불가피하다고 직장인들은 대답한다.

그런데 답변 내용 중에 다소 의외였던 것은 많은 직장인들이 "회식 자리를 자주 만들고 2~3차 비용을 부담하는 상급자를 능력있는 상사로 인식하는 풍토가 지배적"이었다는 점이다.

어쩐지 응답 내용의 논리성이 석연치 않다. 대체로 '마시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마신다'는 이유를 대면서도 술을 잘 사주는 직장 상사를 능력 있는 상사로 인식하다니 모순되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과도 다르다. 나와 내 친구들이 다니고 있거나 거쳐 온 직장 문화를 보면 IMF 이후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특히 직장에서의 음주 및 회식문화는 IMF 이전에 흥청망청이었던 분위기가 IMF 이후 지속된 기업 경영 여건의 악화로 인해 일신되었다. 따라서 결론적인 판단을 내리자면 특수한 직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경우보다는 자신이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술을 마시는 데 대한 핑계도 잘 댄다. 기분이 안 좋아서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도 술을 마신다. 일이 잘 안 돼서 술을 마시고 일이 잘 돼도 술을 마신다. 집안에 좋은 일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집안에 나쁜 일이 있어도 술을 마신다.

술 마시는 핑계야말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술을 마셔서 스트레스가 해소 되고 기분이 나아진다면 굳이 말릴 이유는 없겠지만, 술을 얼마나 마시든 언제 마시든 두 가지는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는 건강이다. 사람마다 술을 해독하는 능력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술을 잘 마신다도 해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고 아무리 술을 잘 해독하는 체질이라도 쌓이고 쌓이면 병이 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 병이 젊었을 때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 찾아온다는 것이 더 문제다. 우리는 각종 질병을 대비해 보험을 드는데, 더 중요한 것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술을 자제하는 것은 돈을 내지 않고 보험을 드는 것과 같다.

두번째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다. 직장의 음주문화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도 아슬아슬하면서도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장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혼자서 술을 자작할 때야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지 말 것
2. 여직원을 데리고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가지 말 것
3. 회식일 경우 2차와 3차는 가고 싶은 사람만 데려갈 것
4. 2차와 3차로 노래방에 갈 경우 여직원에게 춤을 강요하지 말 것

주로 여직원들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이는 우리나라의 음주문화가 남성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성 입장에서 불편한 상황이 많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 상사나 동료는, 여직원이 참고 넘어가니까 망정이지 법적으로 대응할 경우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지만 과하게 마시면 독이 된다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sonlover.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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