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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투자도 주식처럼"
글쓴이 : 김용관 등록일 : 2004-03-11

"와인 투자도 주식처럼 우량한 와인에 투자해야 합니다. 장기투자할 수 있는 와인이 투자가치가 있습니다. 주식투자와 똑같죠."

와인경매사 조정용(37) 아트옥션 대표가 전하는 와인 투자요령이다.



조 대표는 4년 전만 해도 하나은행의 IB 부문에서 근무했던 촉망받는 직원이었다. 하나증권 대표인 천진석 사장이 당시 조 대표의 상사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디스커버리펀드를 운용하는 김태우 팀장도 하나은행 입사동기. 가는 길은 달라도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투자전문가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마주앙’밖에 몰랐던 그가 와인경매사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미국 유학길이 좌절되면서부터. 유학을 위해 더 준비할지 망설이던 그에게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 취업 제안을 해왔다. 은행 다니던 중 중간정산받은 퇴직금 4000만원을 갖고 경매를 통해 그림을 사고 팔았을 정도로 그가 그림경매에 평소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미술이나 보석 경매 대신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와인경매에 승부를 걸었다. 와인경매 방법을 익히기 위해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나 영국, 미국, 독일 등 해외 출장도 수없이 다녔다. 와인 관련책도 수없이 읽었다.

조 대표가 말하는 투자등급 와인의 최우선 필요조건은 수명이 길어야 된다는 점이다. 일반 레드와인의 경우 출시된 후 2년 이내에 마시는게 좋다. 하지만 보르도 특급와인의 경우 보통 병입된 후 20~30년 정도 지나야 완전히 숙성된다. 고점을 지난 후에도 20년 정도는 풍부한 맛을 유지한다. 즉 와인의 수명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게 된다.

보르도 와인을 투자 대상 1순위로 꼽는 이유는 숙성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 보르도를 제외한 나머지 와인의 숙성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10~20년 지난 후에 풍부한 맛을 낼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주식과 똑같다. 망하지 않고 꾸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벤처기업은 성장성은 높지만 언제 문닫을 지 알 수 없다.

다음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빈티지. 좋은 빈티지는 그만큼 값어치를 한다. 조 대표는 "오래됐다고 좋은 와인이 아니라 빈티지가 좋은 와인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2000년, 95년, 96년, 90년, 82년, 61년, 45년 등이 좋은 빈티지"라고 말했다.

브랜드 인지도도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라피트,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샤토 디켐, 페트뤼스 등이 프랑스의 초특급 와인 브랜드이다. 이밖에 포르투갈의 빈티지포트, 호주의 쉬라즈, 미국의 스크리밍이글 등도 투자가치가 있는 브랜드.

또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공급이 무한정 이뤄질 경우 가격은 떨어진다. 수요공급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와인투자에는 실패가 없다는 말이 있다. 투자한 가격보다 떨어질 경우 마셔버리면 그만이기 때문.

국내의 경우 아직은 재테크 수단으로 와인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환금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은 재테크 수단으로 와인이 선호되지는 않는다. 와인 포트폴리오의 수단으로 투자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인들은 오랜 숙성을 요하는 보르도 와인을 병입하자마자 구입해 저장고에 쌓아두고 자녀가 장성하면 개봉해 마시던지 경매를 통해 내다팔았다. 아니면 아예 자식에게 상속해버린다고 한다. 삼성전자 주식을 자식에게 상속하는 것처럼.

와인 투자를 통한 수익률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보르도 지방 포므롤 마을의 페트뤼스는 82년산의 경우 이듬해 1병의 선물 가격이 63달러에 불과했지만 최근 2000달러 이상에 거래된다. 무려 30배 이상의 초과 수익을 기록한 탁월한 투자수단임이 분명하다.

생테밀리옹 마을의 최고급 와인인 슈발 블랑 82년산은 선물 거래시 12병들이 1케이스에 480달러였지만 99년 경매에서 9500달러에 거래되는 기염을 토했다. 무려 1900%의 생각하기 어려운 수익률이다. 이 정도면 와인 투자가 자산 증식의 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와인이 이런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97년 보르도 1등급 와인 샤토오브리옹의 선물가격은 병당 150달러에 거래됐지만 요즘은 와인 소매점에서 그 이하의 가격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와인을 투자목적으로 구매할 때도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요구되는 꼼꼼하고 치밀한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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