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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마지막주, 일산에 사시는 이승우씨가 독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전두환씨 둘째 아들 전재용씨가 검찰 조사에서 결혼 축의금으로 받은 18억원을 그의 외조부가 굴려 14년 사이에 167억원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죠. 그 돈의 출처에 대한 전재용씨의 진술을 믿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선 궁금합니다. 정말 18억을 10여년만 잘 굴리면 거의 10배로 뻥튀기할 수 있나요?” 답은? “할 수 있습니다.”
고 이규동 옹. 그는 한국의 숨겨진 워런 버핏, 밤의 앨런 그린스펀임에 틀림없다. 그의 외손자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씨에 따르면, 그는 1987년 외손자의 결혼 축의금 18억원을 맡아 국민주택채권에 투자해 2000년 말 액면가 167억원, 시가 141억원어치의 채권으로 돌려줬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그가 올린 수익률은 당시 시가로만 따지면 683%, 만기에 돌려받는 액면가로 따지면 828%에 이른다. 이 옹은 남들이 아파트 살 때 의무적으로 샀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할인해 파는 국민주택채권에 투자해 이만한 수익률을 낸 것이다. 가히 한국의 미다스(Midas)라 할 만하다.
이 옹의 투자전략은 지금으로선 알 도리가 없다. 그는 2001년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어쩔 수 없이 은 당시 시장 상황, 세율을 고려해 채권분석가, 채권중개업자, 재테크전략가, 국세청, 국민은행의 도움을 받아 그의 투자기법을 재연해 봤다.
우선 전제조건은 2가지다. 첫 번째 조건은, 투자원금과 함께 이자까지 다시 투자하는 복리방식을 취한다는 것. 두 번째 조건은, 전재용씨가 밝힌 대로 국민주택채권 1종에 투자한다는 것. .
전략1. ‘연 1회 사고 판다.’ 87년 시장수익률, 즉 할인율이 11.9%일 때 사서, 다음 해 같은 시기에 파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년 사고 팔았을 때 2000년 말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세후 82억3천만원. 설사 당시 시장에서 흔히 그랬듯 세금을 누락시켜 가며 투자했다고 해도 92억9천여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미다스의 손’께서 이렇게 경박하면서 수익률도 낮은 전략을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략2. ‘바이 앤 홀드’(Buy&Hold), 즉 만기 보유 전략. 87년 11.9% 할인된 가격으로 국민주택채권을 사서 92년 만기에 현금으로 받고, 다시 15% 할인된 값에 사서 97년 만기까지 보유하는 방식으로 2000년까지 투자하는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땐 국민주택채권의 수익률이 20%까지 치솟았다. 이때 채권을 샀으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을 터. 그러나 이렇게 투자해도 2000년 말에 얻는 원리금은 세후 117억4천만원. 이것만으론 모자란다.
전략3. ‘시장 저점에서 바이 앤 홀드.’ 금리가 급등하면 채권값은 급락한다. 이 시기에 채권을 사서 만기 보유하면 수익률은 최고로 올릴 수 있다. 87년에 만기가 2년 남은 국민주택채권을 사서 보유하고 있다가 89년 시장수익률이 15.8%대로 급등했을 때 저점 투자해 2년 보유하고, 다시 91년 17%일 때 샀다가 97년 외환위기로 시장수익률이 20%로 급등하기 전에 현금화와 재투자를 거급해서 계속 보유했다면? 2000년 말 세후 수익금은 138억6천만원이 된다. 전재용씨가 밝힌 당시 보유 채권 시가와 비슷한 액수다.
바로 이것이다! 이 옹은 저점 투자해 바이앤홀드하면서 이자 수익과 매매 차익을 함께 내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한상언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 재테크팀장은 “채권값 급등기에 매매 차익을 올렸다면 이자와 함께 차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채권 매매 차익은 주식 매매 차익처럼 세금을 내지 않는다.
물론 그러려면 앨런 그린스펀과 같은 금리 예측력과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육군 경리감 출신으로 농협 이사를 지냈던 이 옹이 아닌가. 87년 그는 76살, 2000년엔 90살이었다. 이자 수익과 매매 차익을 한번에 올리는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쓰기엔 좀 많아 보이는 나이라 의심하지 말라.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이 옹의 투자전략에서 교훈을 끄집어내보자. 첫째, 환금성과 유동성이 좋은 상품을 고른다. 국민주택채권이 그렇다. 발행량도, 유통량도 많다. 부도 위험도 없다. 한상언 팀장은 채권값이 떨어졌을 때 사 만기 보유하면 투자시점 수익을 고정해 얻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채권값이 급등하면 시장에 팔아 매매 차익과 투자기간 이자를 한번에 얻을 수도 있다.
둘째, 세금을 아낀다. 국민주택채권에 투자할 땐 표면금리에 대한 이자소득세와 주민세만 내면 된다. 시장수익률이 10, 20%로 치솟았던 90년대에도 세금은 표면금리 5%에 대해서만 적용됐다. 이환희 본드웹 연구원은 “국민주택채권 1종의 경우 5년짜리 장기투자상품이라 분리 과세가 적용되며 표면금리가 3%라 절세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셋째, 채권상품에 투자할 때도 반드시 투자기간과 금리 전망을 염두에 둔다. 전략1이나 전략2에서처럼 기계적으로 단순 매매했을 때보다는 전략3에서처럼 저점에 매입해 만기 보유하거나 고점에 매도하는 전략이 수익률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이 연구원은 “장기 투자, 즉 만기 보유 전략과 단기 투자, 즉 매매 차익을 내는 전략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면서 “90년대처럼 절대금리 수준이 높을 땐 장기 만기 보유 전략이 유리하나 지금처럼 절대금리 수준이 낮은 때는 메리트가 적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지금 오르고 있는 채권값에 올라타 단기 투자 전략을 쓰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한 팀장은 “요즘 채권값이 올랐지만 한국 경기가 호전되면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채권값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금리가 어느 정도 올라온 때, 그러니까 채권값이 저점일 때 투자해야 만기 보유 전략이든, 매매 차익을 내는 전략이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여하간 채권 투자로 전재용처럼 벌려면 적어도 2가지가 필요하겠다. 고 이규동 옹처럼 실력 좋은 자산운용자, 그리고 90년대 한국과 같은 투자 대운(大運) 말이다.
**메모장/국민주택채권이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국민주택기금의 부담으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부동산 소유권 등기나 저당권 설정을 할 때 지방세 시가표준액의 2~7%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이렇게 의무적으로 보유하게 되었을 때 보통 사람들은 바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매입 뒤 10~16%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바로 되팔아버리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국민주택채권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표면금리를 복리로 받을 수 있고 할인된 가격만큼 별도 수익도 올릴 수 있다. 흔히 거래되는 5년 만기 국민주택채권 1종의 표면이자는 3%, 4월1일 기준 시장수익률은 5.08%로 액면가 1만원보다 1천여원 싼 9천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국민주택채권을 팔 때엔 국민은행이나 증권사, 채권중개 전문업체를 통하는 것이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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