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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몸짱이 유행하는 이유(1)
'진짜'에 대한 열망은 '가짜'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돼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명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흔히 명품족이라고 하면, 머리가 비었거나 허영에 들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조금 오해다.
물론 '달러(Dallar) 빚'을 내면서까지 명품을 사들이는 정신병적 중독도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명품의 인기는 매우 대중적이다.
누구나 하나쯤 루이비통을 가지고 싶어하는 시대, 그 이면에는 허영에 들뜬 소비자보다는 너무 똑똑해져버린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유명한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를 떠올려보자. 이 브랜드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저렴한 '백금 커플링'이다.
만약 사람들이 비싼 물건을 중시한다면, 이들은 동네 금방에서 같은 가격으로 훨씬 비싼 보석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티파니'를 사고 싶어하며 막상 티파니 안에 들어가서는 보다 저렴한 물건을 구매한다. 이것은 쇼핑의 본질적인 목적이 비싼 물건보다는 '브랜드'를 구입하겠다는데 있음을 보여준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오늘날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패션의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다. 여성복의 시스템을 보자면, 명품이 아닌 일반 브랜드에서는 '구찌'나 '루이비통' 같은 저명한 디자이너 회사의 제품을 부분적으로 카피(Copy)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카피는 벌써 기성복 역사 100여년간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지만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유명 디자이너 제품을 카피한 옷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거나 품질이 좋으면, 그저 좋은 옷이라 믿고 구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어떤 소비자들은 그러한 옷을 걸치고 있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진짜를 흉내낸 옷을, 그런 줄도 모르고 걸치고 있는 자신'이란 너무도 '쪽팔린'(?)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그 옷이 카피되기 전의 '진짜' 디자인을 알고 있고, 지금 자기 앞에 놓여있는 옷이 어떤 식으로 오리지널을 흉내내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다.
이들은 패션의 시스템이 자기를 속이려 하지만 자신은 속지 않을 것이며, 진실을 알고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고자 한다. 이에 대해 마케팅 연출가인 크리스티앙 미쿤다(Chrstian Mikunda)는 최근의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능숙함'을 즐긴다고 표현했다.
마치 추리영화를 보면서, 전반부에서 이미 내용을 파악해 버렸을 때 스스로의 능숙함에 감탄하듯, 소비자들은 숨어있는 시스템의 비밀을 이해하고 이에 멋모르고 따라가기보다는 오히려 시스템을 다루기를 즐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의 핵심에 근접해 있다'는 느낌, '세상을 다룰 수 있다'는 느낌인 것이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이같은 트렌드는 쉽게 이해된다. 와인 매니아들은 와인이 생성되는 시스템을 명확히 알고 이를 능숙히 다루는 것을 즐긴다. 복잡한 원산지와 라벨들을 이해하고, 이 현학적인 정보를 나누는 것은 이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이다.
루이비통 매장에서 종종 발견되는 명품 전문가들의 심리도 이와 동일하다. '다미에 제앙 시리즈 새로 나온거 있어요?' '무라사키 토드백 있어요?'라고 묻는 그들의 진지함은 명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현학적으로 보인다.
만약 명품 문화가 생소한 사람이라면 이같은 트렌드 자체가 광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트렌드의 내면에 깔린 심리들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를 읽는 귀중한 자산이다. 좀 더 쉽게 이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상상해보자.
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30대 남자며 모 기업 과장이다. 명품같은 데는 관심도 없고 사람들이 왜 그런걸 사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업체 사람이 기념품이라며 볼펜 하나를 주고 갔다. 모양도 괜찮아서 자주 들고 다닌다.
그런데 다른 회사랑 미팅을 하던 중 곤란한 일을 당했다. 그쪽 업체 대리가 "어 과장님 제꺼랑 똑같은 볼펜이네요. 그거 몽블랑이죠?" 정말 그런가 싶어 볼펜을 보고 있는데 대리가 다시 하는 말. "에이~ 아니구나 그건 가짜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려는데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어, 내거도 몽블랑인데" 라며 자기 펜을 꺼내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갑자기 그 둘은 몽블랑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자긴 어디서 샀느니, 몽블랑이 뭐가 좋으니 등. 그러자 그 옆의 사람도 가세했다. 자기는 지갑이 몽블랑이란다. 좀 머쓱했다. 그 셋은 자기들끼리 떠들더니만 또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진다. "근데 그 가짜는 어디서 나셨어요?"
이런 일을 한 번 겪고 나면, 그 가짜 펜을 들고 다니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200원짜리 볼펜을 들고 다니는게 낫다 싶어진다. 물론 디자인이나 품질은 그 가짜가 200원짜리보다 낫겠지만 무엇보다 알려진 제품의 가짜라는 것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진품, 즉, 진짜 명품에 대한 욕구의 출발이다. 진짜에 대한 열망은 가짜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다. 명품의 유행은 진품을 걸침으로써 '나는 뭘 좀 아는 사람이죠'를 외치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번져왔다. 속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세상에서 개인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할 때, 진정성에 대한 열망은 거의 집착에 가까와진다.
한편, 명품과 관련해 풀어볼만 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유행 현상에는 '몸짱' 신드롬이 있다. 명품과 몸짱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겠지만, 이들은 실은 같은 속내로부터 나왔다. 몸짱 신드롬에 대해선 다음 글에 계속하여 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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