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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냉장고를 샀습니다.
집에 냉장고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결혼할 때 혼수품으로 샀던 것이고
하나는 물과 음료수만 넣어두는 소형 냉장고입니다.
한번의 고장도 없이 오래 사용하였던지라 아직도 아깝긴 하지만^^;; 이젠 수명이 거의 다했을 것 같군요.
처음에는 매장에서 진열된 것 중 가장 비싼 제품이 디자인이나 내부 설계가 마음에 들어 그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가격대가 다른 것들의 거의 두배여서 마지막 순간에 좀 망설이다 다른 것으로 바꿨습니다.
결제를 하려는데 갑자기 남편의 흰머리카락이 떠올라서 2005년 형 모델이라 최신형도 아니고 디자인도 다소 떨어지는 대신 약간의 할인까지도 가능한 제품으로 선택을 하였습니다.
사실 처음에 살 때 기분이지 갖다놓고 사용하면 거기서 거기이거든요.
남편은 저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없는 흰머리가 나날이 늘고 있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표시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전문가, 30 대의 대형금융사의 부장...외형적으로는 잘 나가는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샐러리맨이기에 애로사항들이 많고 실적이 저조하면 도태당할 수도 있습니다.
법인 영업을 주로 하다보니 자금이 한번 빠지면 백억대 이상이 대부분이라 늘 관리해야 하고
신규로 새로운 자금을 끌어와야 합니다.
기업들은 여기 저기서 인맥, 학연, 지연 등 여러 이유를 달아 돈 좀 넣어달라고 부탁하니
이 업체에 한 동안 넣었다가 다시 다른 업체에 넣어주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술자리가 많다보니 위궤양등의 병이 끊이지 않습니다.
몇 일 전에 밤에 둘이 아파트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힘들지! 그래도 참아."
"(남편) 뭐를 ?"
"우린 젊으니까 ....지금 고생스러워도 나이 들어서 편한게 중요해."
"(남편) 여보셔~ 지가 언제 불평했냐고요. 아줌마! 자다가 봉창 두들겨요~~"
남편과는 대학 1학년 대부터 친구였던지라, 함께 해온 시간이 거의 20년 입니다.
둘 다 재수를 하지 않았기에 고등학생 티도 못벗은 어린시절부터 서로를 보아 온지라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데 내색을 안해서 그렇지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간혹 농담을 합니다.
"댁 말야 ..나 모르게 딴 살림 차렸지. 그래서 맨날 늦게 들어오는 거지!"
"맞아 회사 살림 차렸거든."
지금은 상담실을 많이 만들어놓아 남편 방이 따로 없고 오픈되어 있지만, 얼마전까지 남편 방이 따로 있었습니다. 가보면 벽에 매달 공략을 목표로 하는 법인들 이름과 책임자 전화번호가 전면에 붙어 있었습니다. 한번은 보니 담배와 피로 회복제 그리고 영양제가 잔뜩 있더군요.
피로 회복제와 영양제가 굴러다니는게 마음이 아파서 그날 집에 와서 몰래 울었잖아요^^
(제가 남편 사무실에 가면 일 방해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반가워합니다.)
20 대에는 자신이나 세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모난 부분들도 많지만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이 자라다 보니 모난 부분들이 하나씩 깍여나가고
현실에 순응하게 됩니다. 그러나 삶의 자세는 한층 더 치열해짐을 느낍니다.
우리 부부 차는 95년형 초록색의 엑센트입니다. 유로멀티라고 꼬리가 더 달려 있습니다.
결혼해서 딸 아이를 낳고 시부모님에게 선물로 받은 차입니다. 그간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너무 한다. 차 좀 바꿔라~~"
딸아이 백일 잔치를 호텔에서 하면서 드레스 속에서 보이지도 않는
아이 팬티를 3만 5천원짜리 일본산을 입혔던 때와는 천양지차의 모습입니다. ^^
아이들이 자라니 차가 작아서 불편하고, 여름에 카에어컨을 켜면 언덕을 갈 때는 힘이 너무 딸려서(^^) 올 봄에 바꾸려 합니다.
샐러리맨은 말이죠.
버는 것도 중요한데 아끼는 것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 것도 좋지만 샐러리맨은 수입이 고정되어 있기에 어떠한 대상에 비용을 지불했을 때 그것이 나의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하는지 아닌지를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소비를 권하고 외형의 치장을 요구하는 사회입니다.
매장에 가서도 비싼 것을 골라야 자존심이 덜 상하는 듯 하고, 차도 좋은 차를 타야 기가 사는 듯 합니다. 돈을 벌어본 사람은 돈을 버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순간의 기분에 휘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실이 기해져 있지 않으면 허세로 이어질 뿐이죠.
'몇 푼 안되는 작은 것을 가지고'란 생각을 할 수도 있으나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돈은 있을 때 아끼는 거야. 없으면 아끼고 말고 할 선택권도 없어."
이 땅에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것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만 유독 힘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과 아무 생각없이 사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새싹들이 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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