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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몸짱이 유행하는 이유(2)
'진짜'의 세계를 살아가려는 욕구의 표현




한편, 명품과 관련해 풀어볼만 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유행현상은 '몸짱' 신드롬이다.

흔히 몸짱이 되려는 심리를 이성에게 잘 보이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몸짱 신드롬은 그보다 깊이 있는 자기 주장들을 담고 있다.

명품을 중시하는 사람들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몸짱들 역시 '진짜'에 접근하고자 한다. 즉, 자신은 적어도 '실체에 접근'하는 사람임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몸짱이거나 몸짱이 되려는 사람들은, 몸이야말로 진짜라고 생각한다. 옷차림을 통해 교묘히 단점을 커버하는 것은 무언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여겨진다.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몸매 자체가 이상하다면 바보같은 행위이며 비겁한 행위가 된다.

멋진 몸매를 기본적으로 갖춘 뒤 최소한의 패션을 보여주는 것이 이들에겐 가장 정당하고 당당한 자기 표출 행위이다. 이 진짜에 대한 열망은 점점 더 똑똑해져가고 있는 아랫세대로 갈수록 더 깊어진다.

명품 역시 10와 20대 소비자들이 훨씬 더 풍부한 제품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몸짱 역시 30대보다는 10대와 20대에서 가장 추구하는 대상이 된다. 놀라운 것은 최근에는 몸짱에 대한 열풍이 초등생에게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가슴에 갑바를 만드는 법과 배에 왕자를 새기는 법을 문의하는 초등생들이 엄청나게 북적이고 있다. 다음은 인터넷에 올라온 초등생들의 질문들이다.

'-저는 초딩 5학년 남자인데요, 제가 궁금한 것은..제가 배에 왕자가 아니라 열십자가 있어요. 배에 근육이 있고요 선명하게 되어 있는데 이게 왕자인지 질문!!

-저는 이제 초등학생 6학년입니다. 키는 156이고 몸무게는 46kg입니다. 1.뚱뚱한건가요?? /2.가슴갑바는 어떻게만드나요?/ 3.묵직한 뱃살은 어떻게 빼나요?/4.왕짜는 어떻게 만드나요?/5.운동은 얼마나 머머해야되요?/ 이거 알려주심 고맙겠습니다.

-초딩 5학년인데요. 저는 배에 왕짜는 있는데 갑바가 없어요. 나무에 문지르면 갑바가 생긴다고 하는데 진짠가요? 갑바를 키우는 방법 갈켜주세요.'

10년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다. 배에 왕자가 있고, '갑바'가 불쑥 나온 초등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는 몸짱 신드롬이 우리사회에 얼마만큼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만약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몸짱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확 휘어진 O형이라든가, 머리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다든가, 상체는 가는데 다리가 두껍다든가 등등, 노력으로 가다듬어지기 힘든 신체적 조건들은 몸짱 시대에서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른바 '몸꽝'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택하는 극복방식은 현재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어떻게든 성형과 각종 요법을 도입하여 스스로의 신체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강남 전체에만 자그마치 427개의 성형외과가 영업하고 있으니 뜯어고쳐서라도 몸짱이 되겠다는 욕구가 우리 시대에 얼마나 큰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약간 '켕기는' 부분을 남긴다. 우선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요구된다. 또한 진짜가 되려는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이 수술을 통해 몸짱이 되었음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원래는 가짜'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진짜가 되기위해 가짜의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발생학적으로 이미 딜레마이다.

이 때문일까, 우리 사회에는 매우 유쾌한 트렌드의 하나로, 자신의 몸을 바꾸지 않고 유머감각으로 대처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또한 매우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다. 국내 가수인 DJ Doc의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뒤통수가 이뻐야만 빡빡미나요.
난 뒤통수가 안예뻐도 빡빡밀어요.
옆집 아저씨 빤짝 대머리
속알머리 감추려고 애써요
억지로 빗어넘긴 머리 약한 모습예요
감추지 마요 빡빡 밀어 요요요'

이러한 솔직함의 트렌드는 구세대들에겐 매우 흔쾌하고 통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인터넷의 지식 검색란을 보면 10년전만 해도 상상못했을 자기 표현들이 스스럼없이 올라온다.

-제가 좀 대갈공주인데요, 머리를 어떻게 자르면 예쁠까요?
-요즘 유행하는 바지 중에 뭐가 좋을까요? 저주받은 하체입니다.
-제가 피부가 좀 드러운데요, 메이크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들은 진짜인 척 하는 사람들의 긴장감과 소심함, 비겁함을 추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떳떳함과 유쾌함, 당당함을 선택하고, 먼저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인정받을 공간을 마련한다. 21세기의 가장 흔쾌하고 통쾌한 트렌드가 아닐 수 없다.

진짜를 추구하는 트렌드에서 가장 역겹게 느껴지는 것은 가식과 위장이다. 사실 우리가 '진짜의 세계'를 살고 싶은 이유는, 지나치게 만연한 가식과 위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신문을 읽으면서도 거짓보도일 가능성을 의심하며, 정치인의 회견을 들으면서 남몰래 있었을지 모를 그들의 뒷거래를 상상한다. 검찰과 법원의 결정은 언제나 미심쩍고,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꿍꿍이라도 있을까해서 오늘도 인터넷을 뒤적거린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100% 신뢰할 수 있는 진정성이다. 사회에 대해 냉소적이면 냉소적일 수록 '진짜'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렬해진다.

미국에서는 이미 어센티서티 마케팅(Authenticity Marketing)이란 단어가 보편화되어 있다. 보다 진품에 가까운, 그리고 진실에 가까운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소비자에게 신뢰를 사겠다는 의도다.

간혹 광고중에는 톱스타가 아닌 실제 소비자가 나와서 제품을 선전하는 것을 보곤 한다. 그들의 대사처리는 세련되지 못하고, 그들의 외모는 톱스타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거기엔 진정성이 있다.

명품족과 몸짱은 서로 같은 속내를 가지고 있다. 명품을 하나쯤 갖고 싶은 마음은 허영이라기 보단 진정성의 추구이며, 그리고 몸짱이 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도 모두 철부지라기 보단 나름의 진정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들은 방식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세상의 단면을 똑바로 보고 있으며, 자기 주장을 담아내고 있다. 미심쩍은 시스템이 모두 폭로된 시대에서 자기만큼은 '진짜의 세계'를 살아가노라 외치고 싶은 것이다.


명품과 몸짱이 유행하는 이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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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몸짱이 유행하는 이유(1)
'진짜'에 대한 열망은 '가짜'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돼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명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흔히 명품족이라고 하면, 머리가 비었거나 허영에 들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조금 오해다.

물론 '달러(Dallar) 빚'을 내면서까지 명품을 사들이는 정신병적 중독도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명품의 인기는 매우 대중적이다.

누구나 하나쯤 루이비통을 가지고 싶어하는 시대, 그 이면에는 허영에 들뜬 소비자보다는 너무 똑똑해져버린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유명한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를 떠올려보자. 이 브랜드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저렴한 '백금 커플링'이다.

만약 사람들이 비싼 물건을 중시한다면, 이들은 동네 금방에서 같은 가격으로 훨씬 비싼 보석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티파니'를 사고 싶어하며 막상 티파니 안에 들어가서는 보다 저렴한 물건을 구매한다. 이것은 쇼핑의 본질적인 목적이 비싼 물건보다는 '브랜드'를 구입하겠다는데 있음을 보여준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오늘날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패션의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다. 여성복의 시스템을 보자면, 명품이 아닌 일반 브랜드에서는 '구찌'나 '루이비통' 같은 저명한 디자이너 회사의 제품을 부분적으로 카피(Copy)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카피는 벌써 기성복 역사 100여년간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지만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유명 디자이너 제품을 카피한 옷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거나 품질이 좋으면, 그저 좋은 옷이라 믿고 구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어떤 소비자들은 그러한 옷을 걸치고 있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진짜를 흉내낸 옷을, 그런 줄도 모르고 걸치고 있는 자신'이란 너무도 '쪽팔린'(?)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그 옷이 카피되기 전의 '진짜' 디자인을 알고 있고, 지금 자기 앞에 놓여있는 옷이 어떤 식으로 오리지널을 흉내내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다.

이들은 패션의 시스템이 자기를 속이려 하지만 자신은 속지 않을 것이며, 진실을 알고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고자 한다. 이에 대해 마케팅 연출가인 크리스티앙 미쿤다(Chrstian Mikunda)는 최근의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능숙함'을 즐긴다고 표현했다.

마치 추리영화를 보면서, 전반부에서 이미 내용을 파악해 버렸을 때 스스로의 능숙함에 감탄하듯, 소비자들은 숨어있는 시스템의 비밀을 이해하고 이에 멋모르고 따라가기보다는 오히려 시스템을 다루기를 즐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의 핵심에 근접해 있다'는 느낌, '세상을 다룰 수 있다'는 느낌인 것이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이같은 트렌드는 쉽게 이해된다. 와인 매니아들은 와인이 생성되는 시스템을 명확히 알고 이를 능숙히 다루는 것을 즐긴다. 복잡한 원산지와 라벨들을 이해하고, 이 현학적인 정보를 나누는 것은 이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이다.

루이비통 매장에서 종종 발견되는 명품 전문가들의 심리도 이와 동일하다. '다미에 제앙 시리즈 새로 나온거 있어요?' '무라사키 토드백 있어요?'라고 묻는 그들의 진지함은 명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현학적으로 보인다.

만약 명품 문화가 생소한 사람이라면 이같은 트렌드 자체가 광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트렌드의 내면에 깔린 심리들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를 읽는 귀중한 자산이다. 좀 더 쉽게 이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상상해보자.

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30대 남자며 모 기업 과장이다. 명품같은 데는 관심도 없고 사람들이 왜 그런걸 사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업체 사람이 기념품이라며 볼펜 하나를 주고 갔다. 모양도 괜찮아서 자주 들고 다닌다.

그런데 다른 회사랑 미팅을 하던 중 곤란한 일을 당했다. 그쪽 업체 대리가 "어 과장님 제꺼랑 똑같은 볼펜이네요. 그거 몽블랑이죠?" 정말 그런가 싶어 볼펜을 보고 있는데 대리가 다시 하는 말. "에이~ 아니구나 그건 가짜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려는데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어, 내거도 몽블랑인데" 라며 자기 펜을 꺼내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갑자기 그 둘은 몽블랑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자긴 어디서 샀느니, 몽블랑이 뭐가 좋으니 등. 그러자 그 옆의 사람도 가세했다. 자기는 지갑이 몽블랑이란다. 좀 머쓱했다. 그 셋은 자기들끼리 떠들더니만 또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진다. "근데 그 가짜는 어디서 나셨어요?"

이런 일을 한 번 겪고 나면, 그 가짜 펜을 들고 다니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200원짜리 볼펜을 들고 다니는게 낫다 싶어진다. 물론 디자인이나 품질은 그 가짜가 200원짜리보다 낫겠지만 무엇보다 알려진 제품의 가짜라는 것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진품, 즉, 진짜 명품에 대한 욕구의 출발이다. 진짜에 대한 열망은 가짜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다. 명품의 유행은 진품을 걸침으로써 '나는 뭘 좀 아는 사람이죠'를 외치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번져왔다. 속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세상에서 개인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할 때, 진정성에 대한 열망은 거의 집착에 가까와진다.

한편, 명품과 관련해 풀어볼만 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유행 현상에는 '몸짱' 신드롬이 있다. 명품과 몸짱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겠지만, 이들은 실은 같은 속내로부터 나왔다. 몸짱 신드롬에 대해선 다음 글에 계속하여 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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