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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실전 재테크에는 젬병인 기자가 요즘 자주 듣는 상품은 LG카드 전환사채(CB). 물론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고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흘러가는 얘기에 불과하다. 그중에는 재테크 좀 한다는 금융권 직원도 있고, 비제도권의 잘 나가는 선수도 있는데 괜찮다는 평에 별로 주저함이 없다. 주변의 이재에 밝다는 친구들도 괜찮지 않냐며 최근들어 부쩍 반문한다.(사실 그들은 이미 마음을 정했고 나한테 물어보는 건 통과의례도 되지 못한다.) 그나저나 어느 순간 사고뭉치로 전락한 상품에 관심을 가질까.

최근 LG카드 CB가격이 많이 떨어져 6400원(13일 종가) 정도에 거래되는데 이 가격에 사도 세금 떼고 연평균 25% 이상의 수익을 몇년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예금 금리로 환산, 대략 30%라는 높은 수익이 가능한 반면 최악의 경우 청산만 되지 않으면 원리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얘기도 근거로 제시된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경영정상화를 맡은데다, 최근들어 카드사들이 부실을 털고 업황도 점차 회복될 조짐이라는 점등이 선수들의 입 맛을 돋우는 모양이다.

이번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지만 재테크가 별로 신통치 못한 까닭은? '귀차니즘'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불필요하게' 움직여야하거나, 신경을 써야하는거라면 왠만해선 꿈쩍도 않는 사람들을 빗댄 이 말이 내게는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누군가 뭐 괜찮은게 있다고 말해도 "에고, 귀찮아"하는 한 마디로 일갈하면 이내 대화는 단절된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는 왜 귀찮은걸까.

그러다 핑계가 하나 생각났다. 그래, 난 재테크엔 젬병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들은 풍월이 있어서 '귀차니즘'에 빠진거다. 무슨 소린고 하니. 투자의 판단은 자신이 하고, 최소한 투자하기전에 여러 정보를 찾아보고 발품을 팔아야한다는 투자의 ABC를 '너무나' 잘 아는 탓이다. 그러니깐 누군가 이런저런 상품이 좋다거나, '돈된다'고 해도 "입 벌려" 하고 넣어주는 식이 아니면(그런데 누가 나한테 그럴까 싶다) 이후에 내가 해야만할 것같은 '확인 작업'에 지레 귀차니스트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얼마전 서울 용산의 주상복합아파트에서도 나와 비슷한 귀차니스트를 많이 봤다. (이건 어디까지나 귀차니스트들의 얘기를 하기 위해서이고, 투기를 옹호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없다.)

언론을 통해 프리미엄이 얼마가 될 것이고, 경쟁률이 대략 얼마 정도 예상되니 로또 복권보다는 낫다는 얘기가 청약 신청 이전에 돌았다. 그런데도 꿈쩍 않다가 막상 당첨자 발표가 나고 프리미엄이 실제로 얼마나 된다는 얘기가 나오자 그제서야 "아이고, 나도 할 걸"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태반은 상황을 돌려놔도 똑같을거라는 생각이다. 그들은 나와 같은 귀차니스트들이기때문이다. 로또보다 훨씬 낮은 경쟁률에다 당첨되지 않아도 원금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이런 무위험 '게임'에 은행 가서 통장 만들고 줄서는 게 싫어서 청약도 안했던 사람들의 변명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정도야 당연히 감내하지, 다만 투자를 결정했으면 현장도 방문하고 정보도 분석해야하는데 시간도 없고.."

그런데 말이다. 세상에 공짜가 있을까. 특히 돈이 왔다갔다하는 판에 누가 공짜로 먹을 것을 던져줄까. 뭔가 이익을 얻으려면 한동안은 가슴 졸이며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지불해야하는 비용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귀차니즘은 재테크의 적이라는 얘기를 돈 냄새 좀 맡는다는 사람들은 몸으로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투표일을 앞두고 이런 귀차니스트가 있을까 싶다. "투표야 집 나서서 한 30분도 안 걸리는 거 당연히 알지...그런데 말야, 나라를 책임질 사람들을 함부로 뽑을수는 없잖아? 제대로 하려면 시간 내서 꼼꼼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하는데. 아, 귀찮아. 그냥 포기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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